6월 14일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한 ‘철도산업 발전 방안 공개토론회’가 통쾌하게 무산됐다. 철도노동자 2백여 명과 KTX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민영화반대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함께 항의 행동을 벌여 막아낸 것이다.

국토부 장관은 행사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고, 국토부 관계자들은 공청회 장소 로비 한 쪽 구석에서 언론과 인터뷰할 수밖에 없었다.

KTX민영화저지범대위와 민영화반대공동행동은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공청회가 ‘요식행위’이며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이미 민영화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공청회이며, 이후 ‘철도산업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일사천리로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통과의례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토론회는 철도민영화를 위한 요식행위" " ‘철도산업 발전 방안 공개토론회’가 열린 6월 14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에서 철도 노동자와 사회단체 활동가 들이 연단을 점거하고 있다, ⓒ이윤선
요금인상, 대형참사, 인력감축 낳을 철도 민영화 이날 열린 공청회 무산 투쟁은 철도 노동자뿐만 아니라 민영화에 반대하는 많은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이윤선

공청회장 안에서는 철도 노조원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연단 앞에서 연좌를 하고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는 철도 노동자들의 발언이 끊임 없이 이어졌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철도 공무원증을 빼앗겼습니다. 10년이 넘게 부어 온 연금도 큰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철도 공사가 되면 임금도 오르고 복지 후생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죠. 그러나 지금 철도 현장이 어떻습니까? 인력은 터무니없이 줄었고 철도 현장은 더 위험해 졌습니다. 그런데 이젠 박근혜 정부가 공약도 저버리고 철도를 조각내 민영화하려 합니다. 철도를 지켜 온 우리의 목소리는 왜 듣지 않습니까?”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공청회에서 같이 토론하자며 집회 중인 노동자들에게 자신에게도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철도노조가 네 번이나 면담을 요구했을 때 모두 거절했다. 철도 노동자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당연히 이런 기만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은 정부의 방안이 ‘철도 파탄 방안’이라며 규탄했다.

“이것은 철도 발전 방안이 아니라 철도 산업에 큰 재앙을 불러 올 방안입니다. 한국 철도는 3천5백 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찢어서 여객 출자회사, 차량 자회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철도청 시절 철도청장 1명이었는데, 철도공사되고 지역본부장이 12명으로 늘었어요. 여기에 여섯 개 자회사를 만들면 6명의 자회사 사장이 또 생깁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필요한 자리를 만드는 것입니까? 반면 그 동안 철도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줄어왔습니다.

“어제 아르헨티나에서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아르헨티나 철도는 민영 철도입니다. 또 영국에서 철도 민영화된 후 얼마나 큰 사고들이 많이 났습니까? 철도는 자동차와 달라서 사고가 한 번 나면 대형 참사가 납니다. 민영화하면 이런 참사가 분명히 옵니다. 이런 것이 뻔히 예상되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철도 파탄 방안

공청회 시작 시간이 되자, 장내 방송에서는 공청회 시작을 알렸지만 노동자들은 연좌를 풀지 않았다. 결국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다.

민영화를 막기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는 철도 노동자 ⓒ이윤선

 그러나 이 날 연좌 집회에서 철도 노동자들이 한 발언이야말로 철도의 진실을 알리는 진정한 ‘공청회’였다.

“국토부가 철도 적자 운운할 자격이 있습니까? 엉터리 수요 예측으로 엄청난 손실을 인천공항철도와 철도공사에 안긴 게 누구입니까? 그런 국토부가 철도 발전 방안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얼마 전에 한 대학생이 열차 승강장에 떨어지려는 취객을 구하려고 같이 뛰어내려 다행히 목숨을 구했습니다. 승강장 밑에 안전지대로 피신한 것입니다. 훌륭한 일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역무원들이 승강장에 다 있었습니다. 왜입니까?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허준영, 경찰청장 출신이며 농민을 두 명이나 죽인 허준영이 사장으로 와서 인원을 5천1백12명 감축했습니다. 지금 또 1인 승무 한다고 합니다. 열차 1인 승무를 하면 누가 제일 위험합니까? 바로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입니다. 우리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국민의 안전, 사회적 약자, 서민들을 위해서이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아마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철도 노동자들이 토론을 가로 막았다고 비난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요금 인상·인력 감축·대형 사고 등의 재앙을 불러올 철도 민영화를 70 퍼센트가 넘는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자들의 위험한 질주를 막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다.

더 안전하고 질 좋은 공공 철도를 만들기 위해 민영화가 아니라 인력을 충원하고 철도 투자를 늘리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이야말로 전적으로 옳다.

공청회를 막아선 기세로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에 기운을 더 높이자. 철도노조는 6월 25일~27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 찬반투표가 압도적으로 통과되길 바란다. 철도 노동자들의 굳건한 투쟁이 민영화 반대 여론을 만들고 연대를 확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공청회에 앞서 열린 ‘철도민영화를 위한 요식행위, 여론호도-국토부의 일방적 토론회 반대’ 기자회견 ⓒ이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