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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2차 혁명을 지지하는 국제연대 집회:
“이슬람주의가 아니라 무슬림형제단이 문제다”

6월 30일 한남동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이집트 대통령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불과 두 달 만에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반란’ 캠페인이 2천2백만 명을 끌어 모으며 거대한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이집트인 1백47명도 캠페인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적어 우편으로 이집트에 보냈다.

6월 30일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이집트인과 한국인들. ⓒ이미진
시위 참가자들은 국적을 떠나 한 목소리로 무르시 퇴진을 요구했다. ⓒ이미진

이집트 현지에서 ‘반란’ 캠페인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6월 30일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국제연대 시위가 조직됐다.

한국에서도 이집트인들과 ‘노동자연대다함께’ 회원들을 비롯한 한국인까지 30여 명이 국제연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고, 하루 중 가장 땡볕이 뜨거운 오후 2시에 열린 집회였지만 참가자들은 더 뜨거운 목소리로 무르시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이집트인들은 돌아가면서 구호를 외쳤다. 한국인 참가자들을 의식해 간간이 간단한 영어 구호도 외쳤다.

“스텝 다운 무르시! (무르시는 퇴진하라)

“이집트 코리아 아 원! (이집트와 코리아는 하나다)

한국인들도 짤막한 아랍어 구호는 그 뜻을 물어 함께 외쳤다. 리드미컬한 구호들은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이렇게 이집트인과 한국인 들은 언어 장벽을 넘어 단결할 수 있었다.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인과 한국인 시위대. ⓒ이미진
'나는 무슬림이지만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한다' 문구를 쓴 셔츠를 입고 구호를 외치는 이집트인. ⓒ이미진

이집트인 두 명은 자신의 옷에 아랍어로 ‘나는 무슬림이지만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지배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글귀를 써왔다. 그들은 “종교가 아니라 무슬림형제단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21세기 혁명

나는 한국인으로서 연대 발언을 했다. 한 이집트인이 영어로 준비한 발언 내용을 읽고 순차통역을 해줬다.

“지난 1년 이집트는 결코 순교자들이 원한 모습이 아니었다. 세계경제 위기와 치솟는 달러 때문에 이집트인들은 실업과 고물가에 시달리는데, 오히려 빵 값을 올리고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려 들었다.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은 혁명을 배신했다.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기독교, 시아파 무슬림과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이교도라며 종교 갈등을 부추겼다. 이런 정부의 임기를 보장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이집트의 2차 혁명을 지지한다. 무르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

“2년 전 이집트인들은 21세기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줬다. 타흐리르는 단지 이집트뿐 아니라 유럽과 터키, 브라질에도 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전 세계가 이집트 노동자·민중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집트인들은 이집트 국기를 형상화한 현수막과 열사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배너를 준비해 왔다. 다들 공장과 회사, 상점에서 일하느라 바쁜데도 일주일 내내 퇴근 후 모여서 가위질과 다리미질을 하며 준비한 것들이었다.

준비한 무슬림형제단 인사들 사진을 밟으며 분노를 표현하는 시위 참가자들. ⓒ이미진

또한 이집트 지배계급의 사진을 모아놓은 배너도 있었는데 이는 참가자들이 구두로 짓밟기 위한 것이었다. 이집트인과 한국인 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이집트 지배계급을 향해 분노의 발길질을 퍼부었다.

꼬박 두 시간을 채운 집회가 끝난 뒤 이집트인과 한국인 들은 한국보다 수 시간 뒤 이집트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질 집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했다.

“우리는 이집트 민중의 용기에 감명받았습니다”

[이 날 집회에서 필자가 연대 발언한 내용이다.]

나는 ‘노동자연대다함께’ 소속 한국인 김종환이다. 이집트에 2차 혁명이 임박한 것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2011년에 일어난 이집트 혁명에서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1917년 러시아 혁명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섰다. 그들은 폭력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서 승리했다.

이집트인들은 허울뿐인 민주주의를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빵과 자유, 사회 정의가 혁명의 요구였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구하고 인구의 40퍼센트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데, 정권과 결탁해 초호화 생활을 누리는 지배자들을 향해 이집트인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지난 1년 이집트는 결코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이 원한 모습이 아니었다. 무르시 정부는 2011년에 혁명가들을 살해한 경찰들을 동원해 계속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억눌렀다. 지난 2년간 대통령 모독죄로 구속한 사람이 무바라크 30년보다 더 많다고 한다. 말로는 혁명을 계승한다면서 지난 정권의 대표적 인물들을 석방하거나 감형했다.

일제 독립 이후 친일파들이 한국 정부를 구성하고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무르시 정부는 무바라크와 똑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야당 시절 반대하던 IMF 차관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세계경제 위기와 치솟는 달러 때문에 이집트인들은 실업과 고물가로 시달리는데 오히려 정부의 빵 값을 올리고,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려 들었다.

한마디로 무슬림형제단은 혁명을 배신했다. 그들은 말로는 이집트 민중을 대변하고 혁명을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평범한 이집트인들이 아니라 이집트 대자본과 사우디나 카타르 같은 걸프 왕조 그리고 미국을 더 대변했다.

혁명의 현실성

이처럼 혁명을 배신했기 때문에 무르시 정부는 불과 집권 1년만에 지지율이 20퍼센트 대로 떨어졌다.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무슬림형제단은 기독교, 시아파 무슬림, 심지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이교도라며 비난하며 종교 갈등을 부추겼다. 종교를 내세워 지지층을 유지하고 민중을 분열시키려는 수작이다. 이런 정부의 임기를 보장할 까닭이 없다.

현명한 이집트인들은 타마로드(‘반란’)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 구도가 아니라, 혁명의 진정한 요구를 완수해야 한다고 내걸었다. 그 때문에 무슬림이건 아니건, 지난 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했건 안했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참했다.

우리는 이집트의 2차 혁명을 지지한다. 무르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 나아가 2차 혁명은 단지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끌어내릴 뿐 아니라, 기존 국가를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재벌과 군부를 그대로 놔둔 채 지배자를 이슬람주의자에서 세속주의자로 바꾸는 것은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더 많은 임금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 파업, 군대가 아니라 병원과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쓰고 복지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시위, 굴욕적인 대미·대이스라엘 관계를 청산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에 연대하라는 운동이 진정한 권력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는 향후 일년간 수십억 달러를 군비로 지출할 예정인데, 이집트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지난 4년간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돈과 맞먹는 규모다. 당장 이 돈을 학교와 병원을 짓고 평범한 이집트인들의 생활을 보장하는데 써야 한다. 군부가 미국한테 받는 14억 달러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이집트인들은 21세기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줬다. 이후 세계 자본주의 위기하에서 신음하던 각국 민중이 이집트인들의 용기에 감명 받아 들고 일어났다. 타흐리르는 단지 이집트만이 아니라 유럽과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에도 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전 세계가 이집트 노동자·민중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무르시 정부는 즉각 퇴진하라!

이집트 2차 혁명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