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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를 끌어내린 이집트 민중
이제 군부의 반혁명 시도에 맞서자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의 사메 나기브가 카이로에서 혁명의 소식을 전한다. 카이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7월 3일 저녁 대통령 무르시가 퇴진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우리는 겨우 30개월 만에 대통령을 두 번이나 날려 버렸다. 1천만 명이 넘는 대중이 참여한 2차 혁명이다. 혁명에 참가한 대중의 규모는 전례없을 정도로 크다.

기층 민중은 자신들의 손에 역사를 바꿀 힘이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모순적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 혁명은 군부 쿠데타다. 군부는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77명을 체포했다.

군부는 새로운 혁명의 파도 속에 살아남으려 운동에 개입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혁명은 대중적 민중 항쟁이다. 민중의 힘에 밀려 군부는 뭔가 행동을 해야 했고, 살아남으려면 무르시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군부는 무바라크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무르시를 제거했다. 군부에게 남은 선택지는 바닥나고 있다. 무르시는 실패했고, 그 대안으로 보이는 엘바라데이는 취약하다.

6월 30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에 쏟아져 나온 이집트인들. ⓒSandmonkey 트위터

이번 혁명은 민주주의의 종말도, 단순한 군부 쿠데타도 아니다.

혁명은 사실 민주주의를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이에 견주면, 몇 년에 한 번 투표하는 것은 새발의 피도 안 된다.

군부는 이 과정을 중단시키려 애쓴다.

7월 4일 목요일 대규모 파업이 예정돼 있었다. 버스, 철도, 시멘트, 수에즈 운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려 했었다. 거리의 항의 시위는 총파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거리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압도 다수는 노동계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사람들은 큰 희열을 느끼며 병사들을 응원한다. 그러나 그들이 어리석어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과거에 경찰과 군대가 한 짓을 똑똑히 기억한다.

변화를 바라는 기대가 하늘을 찌른다. 이 기대감은 무바라크를 끌어내렸을 때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진정한 개혁을 이룰 가능성은 매우 적다.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사태 전개 속에서 민중은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집트 민중은 민중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대통령을 1년 만에 끌어내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번역: 차승일

무르시 퇴진 이후 - 군부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자

이집트에서 대통령 무르시가 대규모 시위로 쫓겨났다. 불과 두 달만에 이집트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는 2천2백만 명이 대통령 퇴진 요구에 서명하고, 연인원 3천만 명이 나흘 동안 거리 시위에 참가했다.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혁명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이에 견주면, 몇 년에 한 번 투표하는 것은 새발의 피도 안 된다” 하고 말하며 퇴진 요구를 지지했다. 선출된 대통령이 쫓겨났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침해된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관점은 틀렸다.

그러나 군부가 무르시 퇴진 이후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상황에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군부는 이집트 혁명을 압살하려는 장본인이고 무르시와 그 일당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적이기 때문이다.

새발의 피

이집트 군부는 1952년에 집권한 이래 노동자·민중을 억압적으로 지배해 왔다. 군부는 이집트 경제의 20~4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한 자본가 집단이기도 하다. 군 장성과 그 일가족은 지난 정권들이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민영화로 가장 이득을 본 자들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군부는 이집트 자본주의의 핵심 부위다.

군부는 이집트인 5명 중 2명이 하루에 2달러 안팎으로 생활할 때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렸다. 또한 군부는 2011년에 무바라크 정권을 지키려고, 이후에는 민간에 권력을 넘기지 않으려고 거듭 시위대를 탄압·학살했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해 자국민을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살해하는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부는 “빵과 자유, 사회 정의, 열사들의 복수”를 요구하는 혁명의 불길을 꺼트리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이번에도 군부는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혁명이 더 급진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무르시를 체포하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이다.

지금 오바마는 이집트 민주주의를 위하는 척 말하지만 완전히 역겨운 위선이다. 미국은 중동 패권을 지키려고 수십 년 동안 군부를 지원해왔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파탄 낸 IMF 구조조정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최근까지도 이집트의 미 대사는 거리 시위를 폭력이라 부르며 “[시위가] 열사의 수를 늘리기밖에 더 하겠냐”, “시위가 선거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퇴진 요구를 비난했었다.

혁명을 지속하는 이집트인들은 군부의 과거를 결코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일시적으로 군부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주요 야권연합인 구국전선이 오래전부터 군부 쿠데타를 공개적으로 종용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해관계

과거 무바라크 정권의 잔당들과 자유주의자 엘 바라데이 등 자유주의 명망가들이 주축이 된 구국전선의 주요 상층부는 이집트 자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권력을 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들은 무슬림형제단 못지 않게 노동자 파업과 대중행동을 두려워 한다. 군부는 이런 약점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또한 군부는 조만간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주의자들을 단속한다는 빌미로 억압 기구를 동원할 것이다. 억압 기구는 궁극적으로 좌파와 노동자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군부는 결정적 기회가 왔다고 판단되면 노골적 반혁명을 시도할 것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코르닐로프의 쿠데타 시도와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 쿠데타가 바로 그 사례다. 따라서 혁명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해 이슬람주의자들을 체포하거나 그들의 신문과 방송을 폐쇄 시키려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군부와 자유주의자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들의 실체를 폭로하고 일관된 혁명적 대안을 제시할 세력이 아직 충분히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집트의 혁명적 세력은 노동자 운동이 부활한 2006년 이래 꾸준히 성장해왔고, 2011년 혁명 이후에는 빠르게 세력과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빠르게 발전하는 현실은 이집트 혁명가들의 어깨에 무거운 과제를 제시한다. 이집트 혁명가들은 무르시 퇴진을 기뻐할 뿐 아니라 군부와 자유주의자·기회주의자에 맞선 3차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