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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 성명서:
다가올 세 번째 이집트 혁명의 최종 승리를 준비하자

 다음은 무르시가 퇴진한 이후 이집트의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 활동가 사메 나기브가 쓴 7월 4일자 성명서다. 이 성명은 ‘군부가 쿠데타로 무르시를 제거하면서 이집트 혁명은 무로 돌아갔다’는 식의 해석이 왜 틀렸는지 보여 준다.

6월 30일, 이집트 혁명의 새로운 물결, 2011년 1월 이후 가장 거대한 물결이 그 역사적 시작을 알렸다. 이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1천7백만 명이 넘는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구정권의 잔당이 시위에 참가했다거나 군부와 경찰이 그 시위를 지지했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수백만 명의 대중 시위는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대중은 이런 사건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자신들의 힘을 깨닫는다. 이런 대중의 의식 변화는 시위에서 제안된 슬로건이나 정치적 대안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자유주의 부르주아 엘리트가 이 대중의 힘을 이용하려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이슬람주의 엘리트 정권을 전복하고 자신들이 군부의 재가를 받아 집권하려 한다. 구정권의 잔당들이 새로운 혁명의 파도를 타고 정치 무대로 복귀하고 싶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 혁명에는 자유주의자나 잔당들의 망상이나 책략에 굴종하지 않는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몇몇 대중은 이슬람주의 엘리트들의 슬로건과 약속을 믿었던 것처럼 자유주의 엘리트들의 슬로건과 약속을 믿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것이다.

1천7백만 명

지배계급의 일부가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해 착수한 주류 언론의 선전 캠페인이 시위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주류 언론은 군부와 경찰이 대중의 편이라고 말하고, 그들의 중립성과 애국심, 심지어 “혁명적 성격”을 찬양한다! 그러나 이들의 영향력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이다. 사람들은 군부와 보안 기관이 저지른 반혁명적 행태를 기억한다. 이런 선전으로 그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주류 언론이 일시적이나마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정한 까닭은 구국전선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야당의 행태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집권을 앞당기기 위해 순교자들의 피로 지킨 이집트 혁명의 목표를 배신하고 있다.

또한 하나로 뭉친 혁명적 대안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국전선의 행태를 폭로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어 혁명적 프로그램을 단단하게 수행할 그런 세력 말이다. 자유주의 엘리트와 이슬람주의 엘리트의 공문구를 뛰어넘어, 반혁명의 심장부인 군부와 보안 기관 같은 구정권의 기구들을 쓸어버리고 이집트 혁명을 더 깊이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무슬림형제단보다 군부독재를 바라거나 자유주의 잔당을 대안으로 생각해서 다시 들고 일어선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들고 일어선 이유는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이 혁명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무르시 정권은 사회 정의, 자유, 인간 존엄성, 학살 책임자 처벌 이라는 (무바라크 정권과 최고군사위원회 통치 기간뿐 아니라 무슬림형제단 집권기에 자행된 것까지) 요구를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사실, 무슬림형제단 정부는 대기업과 미국 그리고 시온주의자들의 이익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부패하고 빈곤층을 늘렸던 무바라크 정권의 정책을 더 심화시키기만 했다.

국가 기구(내무부, 군사기구, 보안 경찰)에서 부패하고 순교자들의 피를 손에 묻힌 자들을 쫓아내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무바라크의 잔당들과 협상해 국가권력을 나눠 가지려 했다. 그래서 무슬림형제단 정권은 모든 점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단순한 확장판으로 변했다.

무바라크의 확장판

이것이 역사적인 6월 30일 새로이 분출한 혁명의 본질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런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지는 몇 달 만에 증발해 버렸다.

이는 군부의 지도부나, 자유주의자와 구 정권 잔당들이 포함된 구국전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구국전선 지도부 또한 똑같이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반복하고, 걸프지역의 억압적인 군주들과의 전략적 연합을 맺고, 미국과 시온주의자들과 부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무르시, 군부, 무바라크, 그리고 그 전 정권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각국 정부와 미국·유럽 부르주아 언론은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을 단순히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군부 쿠데타, 또는 형식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침해하는 쿠데타로 묘사하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표를 통한 형식 민주주의를 크게 뛰어넘는 일이 일어났다. 대중 혁명을 통한 정당성, 즉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혁명적인 ‘정당성’이 구현됐다.

이는 투표를 통한 일시적 민주주의를 압도하고 대중 권력이 새로운 형태를 띠도록 지평을 넓혔다. 투표를 통한 일시적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계급이 계파만 바꿔가며 집권을 유지하려 한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 기구의 권력을 유지시키고,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환상을 심는다. 실제 투표는 단지 몇 년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고, 부르주아 엘리트 중 누가 지배하고 착취할 것인지를 고르는 것일 뿐이다. 그나마도 투표로는 국가 기구나 자본주의 기업을 건드릴 수도 없다.

민주주의의 절정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은 민주주의의 절정이다. 수백만 명이 혁명에 동참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지배자를 넘어뜨린 것이다. 이집트 민중은 거리와 광장에서 무르시 퇴진을 이미 결정했다. 군부가 이 사실을 깨닫고 무르시를 퇴진시킨 것은 이미 예정된 결말을 따른 것에 불과하다.

2013년 7월 3일 압둘 파타흐 시시는 2011년 2월 11일 후세인 탄타위가 했던 일[군부 수장으로서 무바라크를 퇴진시킨 행동]을 했다. 시시는 궐기한 대중의 뜻에 굴복한 것이다. 시시는 애국심이나 혁명적 열정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혁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움직였다.

왜냐하면 시시가 개입해 무르시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혁명이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을 전복하는 것만으로 멈추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혁명은 완전한 사회 혁명으로 변화할 충분한 저력을 가졌고, 사회 혁명은 군부의 지도부를 비롯한 전체 자본주의 국가를 몰아냈을 것이다.

군부는 이집트 혁명에 적대적이다. 군부가 2년 전 무바라크를 제거한 것은 혁명의 포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이제 군부는 혁명의 지진이 그들에게 닿을 것을 두려워하며 협력자였던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도 제거했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에 최고군사위원회(SCAF)가 통치를 시작할 때도 많은 대중이 군부가 중립적이고 혁명에 함께할 것이란 환상을 가진 바 있다. 이제 그들은 시시와 그의 장군들의 ‘혁명적이고 영웅적인 연합’에 대한 온갖 거짓 선전을 듣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투쟁과 경험을 통해 탄타위 정권의 선전을 빠르게 떨쳐냈다. 대중은 “군부와 대중은 하나다” 하는 환상을 수 주에서 수 개월 안에 다시 떨쳐낼 것이다.

30개월

이집트 민중은 30개월 만에 대통령 2명을 갈아치웠다. 이집트 민중의 이 강력한 힘은 단지 수백만 명의 시위로만 나타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대중 시위가 이어졌다. 정치적인 자신감은 사회 경제적 투쟁에 대한 자신감으로 나아가고, 사회 경제적 투쟁에 대한 자신감은 또 다시 정치적 자신감으로 성장할 것이다.

첫 번째 혁명의 물결이 지나가고,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의 조직적인 그리고 포퓰리즘적인 역량에 도박을 걸었다. 무슬림형제단이 혁명의 섟을 죽이며 발전을 막기 바랐기 때문이다. 그 도박은 실패한 셈이다.

이제, 군부는 똑같은 목표로 자유주의 야당에 도박을 걸고 있다. 그러나 혁명 대중의 요구와 자유주의 세력이 내놓을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책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격심한 경제 위기를 앞두고 이 간극은 봉합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세력과 그들 배후에 있는 이집트의 진정한 지배자인 군부와 보안 기관들의 참모습이 대중에게 빠르게 드러날 것이다.

향후 수 주에서 수 개월 동안 우리가 직면할 위험 중 하나는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일 것이다. 자유주의자·군부·경찰은 “위기 시기”의 보안을 지킨다는 구실로 이런 탄압을 노동 운동과 대중 시위를 공격하는 선전의 도구로 삼을 것이다.

보안 기구가 이슬람주의자들을 탄압하며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파업과 연좌 농성에 대한 탄압에 나설 것이고, 부르주아 언론은 그 탄압을 감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체포, 이슬람 방송 채널과 신문 폐쇄 등과 같은 모든 종류의 탄압에 반대해야 한다. 오늘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일어난 일은 내일 노동자와 좌파에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집트 혁명에는 딜레마가 있다. 그것은 혁명의 지속과 그 중심에 있는 사회적 요구를 옹호하는 혁명 세력의 정치적 취약성이다. 혁명 세력은 단지 투표권 획득에 만족하지 않고 빈곤을 퍼트리는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고 싶어 한다.

자본주의

우리는 학살자 처벌 요구를 버릴 생각이 없다. 우리는 보안 기구, 군부, 사법부를 포함해 무바라크 국가 기구가 타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기관은 여전히 이집트를 통치하며 대자본가와 무바라크 잔당의 이익을 지켜주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거대한 부패와 강탈과 폭정의 소굴이다.

혁명 세력은 힘을 합쳐 대중에게 납득할 만한 혁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군부를 등에 업고 기세를 올리고 있는 자유주의 세력과 수십 년간 대중적 영향을 미쳐온 정치적 이슬람 세력에 맞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와 빈곤층의 경제적 사회적 투쟁을 한데 묶고,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들이 혁명을 전진시키는 것에 진정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무바라크가 됐든 무르시가 됐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엘 바라데이가 될지 모를 정권의 하수인들뿐 아니라 정권의 심장을 타도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제 우리는 다가올 세 번째 이집트 혁명을 최종 승리로 이끌 준비를 해야 한다. 대중은 다시 한 번 혁명의 에너지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 혁명이 진정으로 연속혁명이란 것을 증명했다. 역사적 사명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 혁명의 승리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