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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
왜 규약 개악에 반대해야 하는가 Q&A

노동자연대다함께 공무원모임이 7월 9일 발표한 자료 전문을 싣는다. 이 자료는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노조에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 개악을 요구하는 것에 왜 반대해야 하는지 문답 형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최근 노동부가 또다시 공무원노조에게 규약을 개악해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다수가 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노동자연대다함께 공무원모임’은 잘못된 주장을 논박하며 왜 결코 규약 개악을 수용해서는 안 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앞서 7월 1일 ‘공무원노조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파괴하려는 정부의 규약 개악 강요를 단호하게 거부하자’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명서도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1. 박근혜 정부는 규약 개악 강요를 통해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박근혜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공무원노조가 요구해 온 노조설립신고를 무시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노동부를 통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면 노조설립증을 내줄 수 있다고 나온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노조 설립을 인정하겠다는 방향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박탈은 결코 해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동지를 노동조합이 지켜주지 못한다면 노동조합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은 총액인건비제 폐지,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 나서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노동조합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결국 정부는 또다시 공무원노조에게 독사과를 먹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동요와 혼란이 벌어지면서 공무원노조가 분열을 일으키기를 바랄 것이다.

게다가 ‘악마에게 한 쪽 팔을 내주면 결국 몸뚱아리를 먹으려 든다’는 말이 있다. 실제 정부는 노조 지도부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박탈 요구를 수용하려 들자 곧바로 해고 조합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 규약도 개악하라며 더 큰 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또 규약을 이렇게 개악하면 정부는 언제든지 해고자의 노조 활동을 명분삼아 ‘설립신고 반려’를 협박할 수 있다. 이처럼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박탈은 단지 해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공무원노조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다.

2. 2009년 통합규약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

일부 노조 간부들은 노동부가 요구한 규약 개정이 ‘2009년 통합규약 수준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공무원노조의 역사를 망각하는 주장이다.

얼마 전 발간된 《공무원노동운동사》에서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의 요건을 내세워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정부의 탄압에 대중적인 투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노조]설립투쟁으로 접근하기보다 신고투쟁으로 접근”한 실용주의적 태도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당시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해고자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대신 노조설립증을 받을 수 있다고 실용주의적으로 판단했다. 이런 부적절한 타협은 우리 내부의 분열과 사기 저하를 낳았다. 게다가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이런 모습을 보며 더 큰 후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법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며 결국 설립 신고를 반려해 버렸다.

이런 쓰디쓴 경험과 반성적 평가를 바탕으로 해서 2011년에 공무원노조는 지금의 규약으로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이 때 지도부는 “규약개정이 갖는 의미는 ‘민주노조’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노조 ‘자주성 회복 선언’”이라며 “투쟁을 통해 노조합법성을 우리 힘으로 쟁취하자”(제7차 임시 전국대의대회 회의자료)고 했다. 규약의 후퇴를 바로 잡으며 “공무원노조가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공무원노동운동사》)준 것이다.

‘통합 규약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는 주장은 이런 경험과 교훈을 망각하며 다시 과거로 후퇴하자는 주장이고 오류를 되풀이하자는 말밖에 안 된다.

3.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도 신분, 재산 피해는 보호해 줄 수 있다?

정부의 규약 개악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일부 노조 간부들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도 해고자들에 대한 신분, 재산 피해는 보호해 줄 수 있다”라고 했다.

규약에 있는 ‘희생자 구제 기금’ 조항을 이용해서 계속 지원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 자체가 이런 지원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노동부는 이제 해고 조합원의 생계비 지원도 없애라고 요구한 셈이다. 그리고 규약 개악을 수용하자는 간부들은 이런 후퇴 요구조차 받아들이자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고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노조설립신고를 위해 노동3권 쟁취,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앞장서 투쟁해 온 동지들을 방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고자들은 노조에서 ‘빠져야 할’ 걸림돌이 아니라 함께해야 할 소중한 동지들인데 말이다.

4. ‘실리’가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조직이 무너진다?

먼저, 우리가 규약 개악을 수용한다고 해서 정부가 설립신고를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09~2010년의 경험이 그것을 보여 준다. 나아가, 설립신고가 된다고 해도 그것이 자동으로 실리와 조직의 유지‍·‍강화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해고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하고 노조설립증이라는 ‘실리’를 챙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을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공노총은 수차례 정부와 ‘협상’을 하지만 제대로 된 ‘실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공노총이 공무원 노동자들의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보호하고 공직사회의 부패를 감시하는 데 공무원노조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힘을 발휘해 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는 그동안 공노총과 협상 제스처를 취하고 공무원노조는 무시하고 탄압하는 ‘갈리치기’를 해왔다. 그럼에도 공무원노조는 굳건하게 탄압에 맞서왔고, 지난해 10월 조합원 총회를 성사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진정으로 공무원노조를 유지‍·‍강화하려면 정부의 규약 개악 강요를 단호히 거부하고 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 총액인건비제 폐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의 기세를 높여야 한다.

왜 ‘실리’를 위해 굴복을 받아들인 공노총보다 공무원노조가 더 많은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겠는가! 그것은 지난 10년 동안 노동3권 쟁취,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앞장서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5. 전교조와 우리는 다르다?

박근혜 정부 자신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별개로 보지 않고 묶어서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정부의 규약 개악 강요는 단지 공무원노조만 겨냥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교조를 겨냥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규약시정을 압박했다. 이것은 전교조를 공격해서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위축시키려는 수작이었다.

전교조는 정부의 규약시정 압박에 저항하고 있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탄압에 굴복하지 말고 공무원노조처럼 싸우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노조에게 규약 개악을 강요하기 시작한 의도는 뻔하다. 공무원노조를 흔들어서 전교조까지 흔들리게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식으로 순서를 바꿔가며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노조가 규약을 개악한다면 전교조 활동가들의 규약시정 거부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된다.

그래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전교조 동지들과 함께 공무원, 교사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굳건하게 투쟁해야 한다.

* 지금 정세는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심각한 정치 위기에 몰려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어쩌고 하며 우리를 탄압한 자들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또,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 학교비정규직 투쟁 등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힘이 살아나고 있다.

이런 기회를 공무원노조의 정당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후퇴가 아니라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 총액인건비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단결해 투쟁의 기세를 높여 나가는 것이다.

정부의 규약 개악 강요를 단호하게 거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