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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 폐지뿐 아니라:
기존 영전강의 고용 안정도 요구하자

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 교사모임이 7월 11일에 발표한 성명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간 공교육을 담당해 온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 선발 당시 교과부는 ‘교육공무원법’을 준용해 62세 정년 보장을 약속했지만 최근 교육부는 1기 영전강 교사 5백26명 전원을 집단 해고하고 신규채용에 응하라고 통보했다.

영전강 집단 해고 사태는 비정규직 교원 제도를 통해 구조조정과 노동자 통제를 쉽게 하려는 정부의 꼼수를 보여 준다. 영전강 제도는 영전강에게는 고용 불안정과 천대, 정규직에게는 업무 가중 등으로 교육 현장에서 갈등을 초래해 왔다.

정부가 영전강 제도를 연장하려 하자 전교조는 7월 10일 영전강 제도 폐지 입장을 발표하고 서명과 민원 작성 투쟁에 돌입했다.

‘영어몰입교육’에 따른 영어수업 시수 증가와 비정규직 확대에 이용된 영전강 제도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학교 현장에 갈등을 만드는 영전강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 교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전교조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전교조 본부가 제시한 서명지에는 당장 집단 해고될 처지인 1기 영전강 5백26명의 고용 대책 요구가 빠져 있다. 이는 전교조가 계약직 영어교사들인 영전강의 해고를 묵인하는 것으로 비춰져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 단결을 저해할 수 있다.

한 언론은 “그동안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적극 앞장섰던 전교조도 이번에는 비정규직 편에 서지 않고 있다” 하고 보도했다. 영전강 1천2백여 명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도 “전교조가 1기 영어회화전문강사 집단 해고 저지 투쟁에 함께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 지도부가 영전강 해고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나쁜 제도와 그 제도로 인한 희생자를 구분하지 않는 잘못된 접근법이다.

영전강 제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어디까지나 그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정부 관료들에게 돌려야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영전강에게 돌려선 안 된다. 매년 해고 불안에 시달리며 천대 속에서 일해 온 영전강 교사들은 잘못된 제도의 희생양이자 정규직 교사들이 연대해야 할 동지다.

연대

안타깝게도 상당수 교사들은 영전강의 ‘전문성 결여’와 ‘임용체계 훼손’을 거론하며 기존 영전강의 고용 보장 요구(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

영전강 중 초등교원자격증 미소지자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초등교사로서 전문성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교사 자격증이나 임용고사 통과자만이 교육 ‘전문가’라는 시각은 협소하다.

정규직 교사처럼 영전강에게도 연수 기회(이자 의무)를 부여하고 교사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 전교조는 경쟁과 획일성을 조장하는 시험제도에 반대하며 상호존중과 협력을 교육현장에서 실천하려 노력해 왔다. 이런 원리를 현 영전강 정규직 전환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만약 힘든 임용시험 관문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가 비정규직 영어교사들의 해고에 침묵한다면 이것은 전교조에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기간제, 강사 등 학교에 있는 비정규 교사들이 이미 20만 명이 넘는데, 박근혜는 ‘시간제 정규직’과 ‘과학융합전문강사’라는 신종 비정규직까지 ‘창조’해 정규직 교사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분열시키려 벼르고 있다.

정규-비정규 교사 간 분열이 깊어지면 정부의 부당한 교육 정책과 학교 관리자의 횡포에 맞서는 교사 노동자들의 투쟁력이 약화돼 전교조에도 해롭다.

교육부는 그동안 전교조의 숱한 요구를 묵살해 왔으면서도 영전강 해고 문제에서는 마치 전교조의 반대 때문에 ‘영전강의 무기계약화’를 포기한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의 이간질에 우리 스스로 빌미를 주지 말고 비정규직 교원제도 폐지와 정규 교원 충원, 비정규 교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함께 싸워야 한다.

임용체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의 단결이다. 교사 노동자들이 고용 지위를 넘어 단결한다면 우리는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전교조 탄압에 맞서고 정규 교원 충원을 강제할 힘을 키울 수 있다.

지금 영전강들은 해고의 칼날 앞에서 소복차림으로 1인 시위를 하고, 광주 교육감실을 점거하는 등 절박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5백26명 전원 고용 승계 보장’과 ‘무기계약직화’를 요구한다.

전교조 교사들이 영전강 제도 폐지와 동시에 기존 영전강의 고용 안정을 위해 함께 싸우자.

2013년 7월 11일

노동자연대다함께 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