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행동 계획의 아쉬움

 

시위대는 13일 2시에 본집회를 시작해서 집회를 마치고 신라호텔을 향해 행진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 회의 참가자들은 4시부터 등록을 시작한다.

저들의 회의를 봉쇄하거나 적어도 방해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면 시위 계획은 좀 다르게 짜여졌을 것이다.

신라호텔 바로 앞에 있는 동국대에서 전야제를 치른다면 본집회 장소가 굳이 대학로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경찰이 전야제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을 막고 봉쇄할 경우, 노무현 정부의 본질이 폭로 돼 큰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대학로에서 본집회를 한다 해도 2시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각에 집회를 해서 세계경제포럼 참가자들이 등록하기 훨씬 전에 신라호텔 근처에 도착하는 계획이어도 좋았을 것이다.

조직위의 계획이 위와 같이 짜여지지 않은 것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숨어 있다.

‘어차피 봉쇄하지 못한다면 거리에서 시위대의 대의를 충분히 알리는 것에 집중하자.’ 물론 회의장 봉쇄를 위해서는 시위대의 규모와 자신감 그리고 정치적 사기가 어떤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설사 규모와 자신감이 충분치 않아 회의장을 봉쇄하지는 못한다 해도, 세계경제포럼 참가자들이 회의장에 수치심과 모멸감을 안고 들어갈 수 있도록 회의를 방해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봉쇄하지 못한다면 널리 시위대의 주장을 알리는 집회에 충실하자는 생각은 ‘모 아니면 도’식의 시위 전술이다. 전술은 사람들의 의식을 높이고 정권의 정치적 본질을 효과적으로 폭로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