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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노조의 역사적 출범:
"더는 삼성의 앵벌이로 살 수 없다"

14일 오후, 거센 빗줄기를 뜷고 조금은 상기된 표정의 노동자들이 삼성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입고 서울여성플라자로 모였다.

고용불안, 장시간 노동 속에 착취당하면서 삼성전자의 서비스 품질지수 12년 연속 1위를 만들어 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피울음을 삼켜야 했던 노동자들이다.

그들이 더는 “삼성의 앵벌이로 살 수 없다”며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악덕 기업 삼성의 75년 무노조 신화가 깨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동안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대중적이고 조직적인 노조 설립은 처음이다.

삼성은 이날 창립총회에 안 가는 대신 주말에 근무하면 30만 원을 준다며 돈으로 회유하고 협박했다. 하지만 삼성의 이런 협박과 ’특근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노동자 4백여 명이 출범식에 모인 것이다.

강원도 춘천지역 일부 노동자들은 물난리에 차가 움직이지 못하자 전철로 대회장까지 왔다. 경북 포항지역 노동자들은 고속도로가 산사태로 막히자 차를 돌려 국도를 돌아 왔다.

총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팔뚝질이 조금은 어색한 듯 서로를 바라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던 노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순식간에 투사로 거듭났다.

“우리도 당당한 노동자다.” “삼성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눈물을 훔치며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으로 선출된 위영일 지회장은 힘차게 노동조합 결성을 선언했다.

“우리는 더는 삼성전자의 앵벌이가 될 수 없다. 당당한 삼성전자의 노동자이며,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기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음을 선포한다.

“삼성 봉건 왕조에서 벗어나 노조를 통해 대한민국이 헌법으로 보장하고 노동법으로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요구하고 투쟁할 것이다.”

악명 높은 삼성의 탄압을 이겨내고 조직을 건설해 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