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이 저지른 악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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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8월 교육부 고등교육지원국장이 사표를 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경문대학의 구 재단으로부터 1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TV 뉴스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경문대학 이사장은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5억 원 이상의 로비 자금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사립대 재단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사립대학을 설립·운영하려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많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대학 구성원 억압
사학 재단이 맘껏 비리를 자행하려면 대학 구성원들이 침묵해야 한다. 재단이 교수협의회에 대해 적대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강원도 S대학 정 교수는 이사장에게 호출당했다. 이사장은 교수협의회에 가입한 사실을 비난하며 갖은 폭언을 퍼부었다.
"배신자, X새끼, 영어 나부랭이 좀 한다고 교수인 줄 알아? 하버드 박사 학위가 열 개라도 내 말을 들어야 교수야." 그러고는 충성서약서를 강요했다.
재단은 교수들의 행동을 하나 하나 감시하기도 한다. 재단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감투를 줘 교수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일은 많은 대학에서 비일비재하다.
■ 교수 임용 비리와 입시 부정
비리 사학이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교수 채용 조건부 금품수수이다.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빈 자리는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채용을 조건으로 금품이 오간다.
지난 1996년 제주도 J대학의 김 교수는 자신의 후배 교수가 말을 잘 듣지 않자, "대학 교수가 되려면 2∼3억이 드는데 감사할 줄도 모른다"는 망언을 여러 자리에서 했다.
최근에는 각 대학이 대학 발전 기금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더욱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을 챙기고 있다.
■ 입시 부정
1993년 2월 18일 국회 교육체육청소년위원회에 제출한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1988∼1991년 사이에 치러진 입시에서 모두 49개 대학이 기부금을 받거나 '부정 의혹을 살 수 있는' 채점상의 오류를 저질렀다.
여기에는 고려대, 건국대, 동국대 등 주요 사립대학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소수의 사립 대학만을 추출해 표본 검사한 결과여서,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입시 부정의 방법도 다양하다. OMR 카드를 채우지 않고 빈칸으로 제출하도록 한 뒤 직원들이 다시 채우는 방법, 답안지 교체 방법 등. 편입학 부정 역시 재단의 주요 수입원이다. 유명 대학이나 의과대학 등 인기 있는 학과는 학생 1인당 수억 원씩 오간다.
■ 공금 유용과 회계 장부 조작
재단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진 교비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한다.
교비를 명예 박사 학위 취득 자축연 기금으로 사용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또 법인이나 대학의 재산을 이사장 개인의 재산으로 빼돌리기도 한다
구 재단 체제하의 상지대는 학과장 수당을 실제 지급액보다 높게 잡아 놓았는가 하면, 찍지도 않은 X-레이 사진을 전교생이 매년 한 차례씩 찍은 걸로 해 놓았다. 회계 부정의 규모는 학교에 따라 일정하지는 않으나 웬만한 4년제 대학이라면 매년 수십억 원의 부정이 이루어진다.
■ 문어발 경영
일부 비리 사학은 한꺼번에 여러 대학을 경영하기도 한다. 대학 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빼먹을 것도 많기 때문이다.
경문대학의 전 학장 전재욱 씨는 경동대학교, 동우 전문대, 경복대, 경문대, 북서울대학과 고등학교 두 곳을 동시에 운영했다.
하나의 대학에 집중 투자하고 전력을 다 해도 쉽지 않은 판에, 여러 대학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은 이들이 육영 사업에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이들이 운영하는 대학이 하나 같이 부실 대학인데도 교육 당국은 대학 설립 허가를 쉽게 내 주고 있다.
* 이 글은 《우리는 부패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