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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혁명 속에서 거듭나는 이집트 민중

이집트 민중은 정부를 연달아 무너뜨리며 여러 가지 대안을 시험하고 있다. 이집트 혁명은 노동자·민중이 정치 의식을 발전시키는 일련의 학습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주장한다. 

우리는 이집트 혁명을 통해 책으로만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 이집트 혁명에서 볼 수 있듯, 혁명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과정이다.

6월 30일부터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이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6월 30일, 폭넓은 야권 연합이 거대한 거리 시위를 일으켰다. 이집트 전역에서 일어난 그 시위에는 대략 1천4백만 명이 참가했다.

이 운동은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하고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있던 정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무르시 실각 과정에서 이집트 군부는 대중을 대리했다.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2011년 2월 타도된 호스니 무바라크의 잔당들을 불러들이려고 군부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7월 26일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국방장관 압델 파타 엘 시시의 호소에 응답했고, 새 정부가 “테러리즘”에 맞서는 것을 지지했다. “테러리즘”은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탄압을 정당화하는 코드명이다.

테러리즘

시시가 1960~70년대 라틴아메리카 장군들처럼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전면적 반혁명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혁명 이전에 있었던 보안기관들이 다시 행동에 나선 점을 생각해 보면, 군부의 반혁명은 틀림없이 위협이 될 것이다.

군부가 수십만 명을 동원하는 것에 놀라서는 안 된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창립자 토니 클리프는 모든 피켓라인[대체인력 저지 행동]은 투쟁적 노동자와 후진적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상징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는 더 큰 규모의 혁명에서도 사실이다.

각성한 민중의 다음 표적은 군부가 될 것이다 6월 30일 무르시 퇴진 요구 시위. ⓒ사진 출처 Mosa'aberising(플리커)

지난 몇 주를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 사건은 7월 26일이 아니라 6월 30일에 일어났다. 무르시의 퇴진은 혁명의 전진을 보여 준다. 2년 전 혁명은 도심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무르시의 서투른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에 맞선 시위는 이집트의 농촌 지역까지 널리 퍼져 나갔다.

2년 반 동안 혁명은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끌어내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군부는 민중의 의지를 수행하는 집행자 구실을 했다. 대중투쟁의 급진화를 미연에 막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군부가 이런 구실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집트의 주요 정치 세력들의 약점을 보여 준다. 무슬림형제단은 대중 사이에 조직적 기반을 갖춘 유일한 친자본주의 정당이었다.

그러나 무르시는 혁명가들을 적대하고, 군부와 미국에 의존하면서 기회를 날려 버렸다. 결국 그 군부와 미국이 무르시를 공격했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는 “민주주의를 복원”했다며 군부를 칭찬했다.

구국전선의 야당 인사들은 기회주의적 잡탕들로 오직 군부에 쿠데타를 촉구하기 위해서 뭉쳤다. 무르시 퇴진 캠페인을 시작한 활동가 연합 ‘반란’ 역시 최근 무슬림형제단 시위대 학살을 보면서도 군부를 추수했다.

야당 세력의 이 약점이 나타내는 것은 반자본주의 좌파 정당이 없다는 점이다.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놀라운 일들을 해냈지만, 지금 이집트에서 행동하는 수백만 명을 이끌기에는 너무나 작다.

군부가 개입한 것은 오직 군부만이 이집트 자본주의를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겉모습일 뿐이다. 무르시는 극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IMF가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려다 몰락했다.

노동자 운동

무르시 퇴진 이후 노동자 파업이 급증하고 있다. 군부가 독립노조 운동의 지도자 케말 아부 아이타를 노동부장관으로 임명했는데도 그렇다.

혁명의 발상지 중 한 곳인 마할라 방직 공장의 파업은 불과 8시간 만에 승리했다.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군부는 경제 위기라는 망치와 노동자 운동이라는 모루 사이에 끼어 있다.

이전의 위대한 혁명들처럼, 이집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거대한 학습 과정이다. 처음에 민중은 무바라크를 내쫓았다. 그 다음에 민중은 무바라크를 제거한 군부에 맞섰다.

이제, 민중은 무슬림형제단에게 줬던 기회를 빼앗았고 다시 군부에 기회를 줬다. 이 기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 혁명이 정치 영역에서 이 같은 반복을 벗어나려면 가장 선진적인 노동자, 청년 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 바로 자신들의 정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반혁명 세력들이 자신감을 되찾았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