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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혁명에서 배운다:
세상을 바꾸려면 혁명조직을 건설해 둬야 한다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2011년 혁명 전에는 지하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공개적으로 활동하며 혁명에서 지도적 구실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당을 건설하고 투쟁을 준비했는지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의 지도적 활동가 사메 나기브가 설명한다.

혁명적 순간을 대비하려면 수년에 걸친 진지하고 일관된 혁명적 활동이 필요하다. 단일 쟁점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파업으로도 부족하다.

혁명을 논리적 귀결까지 이끌려면, 그리고 혁명을 승리로 이끌려면 우리는 투쟁을 단결시킬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대중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는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

혁명가들에게 실현 가능하고 일관된 대안이 없고 운동을 조직할 능력이 없으면 다른 세력이 혁명을 낚아챌 것이다.

온갖 다양한 세력이 혁명가들을 대신할 것이다. 개혁주의 세력일 수도 있고 반혁명적 세력일 수도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집트는 태풍 속을 지나왔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는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검증받아 왔다.

그러나 미리부터 조직을 건설하지 않았더라면, 대중이 행동과 혁명에 나서는 지금 순간에 우리는 강력한 혁명의 물결에 휩쓸리며 대안을 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불균등성

혁명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회원 수를 봐도 그렇고 그전이라면 개입하기 힘들었을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라는 이름 자체가 대중에게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의 신문을 구입하고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눴다.

광범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은 바로 우리가 취한 정치적 입장이다. 그 때문에 언론과 군부는 우리를 공격했지만 오히려 원칙이 뚜렷하고 군부에 굴복하지 않을 사람들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운동 속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단체에 많이 가입한다. 자기 작업장에서 노동조합을 건설하든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든 새로운 동지들은 이미 운동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투쟁의 불균등성을 극복하려면 정치조직, 일관성, 단결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주장한다.

어떤 종류의 조직이 필요할 것이냐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규모가 작을 때 필요한 조직 형태는 규모가 클 때와 확연히 다를 것이다. 투쟁이 상승하는 때냐 하강하는 때냐에 따라서도, 단체가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러시아 볼셰비키가 각각의 시기에 어떻게 당을 건설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했다.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를 건설하는 거의 모든 시기에 우리는 지하조직이었다. 혁명이 분출하자 우리는 단체를 개방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고, 이 변화는 우리의 활동을 확 바꿨다.

지하조직일 때는 훨씬 더 중앙집중적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회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가 없었다. 즉, 불가피하게 지도부가 정보를 독점했다. 경찰 첩자가 단체 안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활동을 두고 토론하는 협의회를 열었지만 회원들 사이 정보가 불균등하다는 문제가 항상 있었다.

지도부가 충분히 민주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곤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내세워 아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단체 안에 정권의 첩자가 들어와 지도적 회원을 잡아가고 고문해 단체는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와해될 것이다.

지도부

불법 시기에도 조직을 유지한 덕분에 우리는 혁명이 일어난 이후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혁명이라는 전무후무한 투쟁의 상승기를 거치며 우리는 조직 형태를 바꿨다.

이제 회원들은 누가 단체의 지도부인지 안다. 이제 회원들 사이, 회원과 지도부 사이의 소통도 가능하다.

회원들은 다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각 회원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

만약 이 혁명이 10년 전에 일어났다면 우리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혁명적 시기에 우리는 급변하는 사태에 맞는 입장을 정할 수 있냐 없냐, 그 입장을 바탕으로 당을 단결시킬 수 있냐 없냐, 운동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냐 없냐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이 시험대를 잘 통과하냐 마냐는 정치적으로 일관된 간부들이 있냐 없냐에 달려 있다. 즉, 우리의 입장으로 당 안팎의 사람들을 설득할 동지들에 달려 있다. 비록 그 수가 적더라도 그런 간부들이 있는 것은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

조직은 원칙이라기보다는 도구다. 조직은 우리가 항상 직면하는 문제의 답을 찾는 데 필요한 도구다.

그 문제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어떻게 노동계급과 학생운동과 가난한 지역에 뿌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투쟁이 각종 방향 전환과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버텨 낼 간부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혁명조직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일관되지만 유연하게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는 급격하게 성장했는데 그 결과 아나키즘 압력을 꽤 받았다. 특히 매우 젊은 청년들이 우리 단체에 많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혁명을 겪으며 이제 막 급진화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투쟁 경험이 없고 세상을 당장에 바꾸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한다. 단체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사회주의나 노동계급 같은 주제를 다루는 소책자도 낸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뚜렷이 하되 교조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기회주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혁명기에는 하나의 조직으로 살아남는 것만 해도 큰일이다. 그러나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부서지지 않는다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을 것이다.

투쟁의 전위와 공동전선

혁명가들은 투쟁의 전위, 즉 투쟁을 이끌 수 있는 운동의 최선두 부문을 조직하려 애쓴다.

지금 이집트 혁명에는 두 가지 전위가 있다.

하나는 전투적 노동자들이다. 2006년의 첫 파업 물결 이래 우리는 이 전투적 노동자들과 관계를 맺어 왔다.

그 덕분에 우리는 2011년 혁명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었다.

즉, 우리는 무바라크를 퇴진시키는 데서 중추적 구실을 한 바로 그 전투적 노동계급 부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 덕분에 무바라크 퇴진 이후 거의 끊이지 않고 이어진 파업 물결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었다.

둘째 전위는 혁명적 청년들이다. 즉, 광장 점거의 중심인 학생과 젊은 노동자들이다.

상호작용

이처럼 어떤 면에서 보면 전위는 꽤 광범하다. 그러나 이집트 전체 인구에 견주면 이 전위에 속하는 사람들은 특정 부문에 매우 집중돼 있다.

비교적 소규모인 조직은 대중운동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정확히 누가 노동계급의 전투적 핵심 부문을 이루고 있는가,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다.

여기서 공동전선이 중요하다. 우리는 특정 쟁점과 구체적 요구를 둘러싼 투쟁에서 다른 세력과 동맹을 맺지만, 우리의 독립성을 흐려서는 안 된다.

독자적 목소리를 낸 덕분에, 우리는 노동계급 전위에 속한 사람들을 협소한 쟁점에 관한 공동전선과 연대체에서 만나더라도 훨씬 많은 쟁점에 대해 토론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 여성과 종교의 자유를 위한 공동전선 등에서 우리는 그렇게 활동했다.

혁명적 원칙과 구체적 적용

1990년대를 거치며 우리가 발전시킨 주요 견해 중 하나는 이슬람주의 운동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정권과는 결코 동맹을 맺지 않는 것, 정권이 이슬람주의 세력을 공격할 때는 1백 퍼센트 이슬람주의 운동을 방어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견해였다.

이것이 우리와 스탈린주의의 차이였다. 스탈린주의자들은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주의자[율법을 강조하는 이슬람의 한 종파]들에 맞서 무바라크 정권과 동맹을 맺었다.

우리의 견해를 고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인데, 군부는 이슬람주의 운동을 공격하고 있다. 군부는 무슬림형제단 활동가들을 살해하고 고문한다.

무슬림형제단 출신 대통령이었던 무르시가 혁명을 철저히 배신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해 군부의 편을 든다. (관련기사 ‘이집트 군부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바로가기)

우리 단체의 청년 회원들은 1990년대를 겪지 않았고, 일부 좌파가 무바라크를 지지하면서 노동계급을 배신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청년 회원들은 무슬림형제단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동맹을 맺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의 견해는 시험대에 올라 있고 우리는 매우 원칙적일 필요가 있다.

21세기의 혁명

《21세기의 혁명》

크리스 하먼 지음

한성근 옮김|176쪽|8,000원|책갈피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

크리스 하먼 지음

이수현 옮김|128쪽|4,900원|책갈피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