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해 말 대만에 올 때 여러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는 “대만은 한국에 비해 운동이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대만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불안정을 키우고, 그것을 이용해 민중을 쥐어짜려는 지배 집단의 거짓말에 대만 민중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분노하고 있었다. 

박근혜 당선 후 우연히 찾아간 ‘박근혜 당선으로 인한 동아시아 정세 변화’를 살피는 어느 작은 지하 책방 토론회에서 나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많은 대만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광우병 관련 토론회에서 우연히 만난 한 지역 활동가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2008년 한국의 촛불운동이 2009년 대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를 설명하고, 운동에 관한 온갖 질문을 쏟아부었다.

얼마 있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대만 민중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3월 9일 후쿠시마 2주기를 맞아 거의 완공된 핵발전소 4호기 건설 중단을 외치며, 20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결국 총통 마잉주는 4호기 건설 중단과 폐쇄에 관한 국민투표 카드를 내놓아야 했다.

이러한 거리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8월 3일, 대만 거리는 다시 총통 퇴진 목소리로 가득 찼다. 어느 한 병사의 의문사에 분노한 민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한 달 전 대규모 시위에 이미 국방부 장관이 옷을 벗고 장교 18명이 기소됐지만, 미비한 후속 조처에 불만을 느낀 민중이 다시 거리를 점령했다. 

25만 명이 총통부를 에워 쌌고(대만 전체 인구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다), 〈레미제라블〉의 혁명가를 부르며 “마잉주 퇴진”을 외쳤다. 마잉주는 곧장, 앞으로는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군법정이 아닌 사법부에서 관할토록 하겠다는 특단의 조처를 선언해야 했다. 

대만 민중은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의아해 하고 있다. 수많은 원전비리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어떻게 원전 계획을 전면 중단하지 않는지, 국정원 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어떻게 박근혜가 계속 통치 가능한지. 한국의 운동에 고무됐던 그 활동가의 말마따나 “1백만 촛불의 나라”, “민중의 저항이 살아 있는 나라” 한국이 동아시아 민중의 안정을 위해 뭔가 보여 줘야 할 때다. 대만 민중이 기대하는 한류와 협력은 바로 그런 저항의 한류이며, 자본의 협력에 맞선 저항의 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