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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드러나는 박근혜 본색:
경제민주화 폐기, 복지 축소, 노동자 쥐어짜기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재벌 퍼 주기’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근혜는 얼마 전 “이제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경제민주화’ 일단락을 선언했다. 재벌의 기득권과 독점을 제한하는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놓고 말이다.

그리고는 노동자 쥐어짜기와 재벌 퍼주기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근래에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났다.

박근혜는 ‘준비된 거짓말쟁이’였다 8월 19일 민주노총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와 민영화 추진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노동과세계〉

물론, 반발에 놀란 박근혜가 “원점 재검토”를 지시해 근로소득세 증세 기준을 더 높이고 증세 대상 노동자 수를 4백34만 명에서 2백10만 명으로 줄였지만, ‘노동자 증세’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노동자 유리지갑에서 돈을 훔쳐 가려다가 들키니까, 쥐었던 돈 일부만 도로 집어넣은 격이다.

반대로, 재벌과 1퍼센트 부자들에게는 오히려 감세 혜택을 늘려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3 세법개정안’을 보면, “소득·소비 과세 비중을 높이고, 법인·재산 과세는 성장 친화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친화적’으로 조정한다는 말은 결국 기업과 부자 들의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 세법개정안’은 기존의 일감 몰아 주기 증여세 과세 방안에서 후퇴해 재벌에게 특혜를 줬고, 기업 상속세는 줄여 주기로 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깎아 준 법인세를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빈껍데기

한편, 박근혜가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복지 확대도 점차 껍데기만 남고 있다.

예를 들어, 무상보육 공약은 박근혜 정부가 충분히 지원하지 않아 하반기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여전히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하지만 ‘복지를 안 하고 말지, 자본가들 투자 위축시키는 부자 증세는 없다’는 데 본심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최근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민주당이 막는 탓에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신경질을 낸 바 있다.

그리고 “‘시간제 일자리’를 ‘시간 선택제 일자리’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괜찮은 것 같은가?” 하며, 저질 비정규 일자리 늘리기도 계속하고 있다.

결국 박근혜의 “증세 없는 복지”는 ‘부자 증세만 없고, 노동자 증세는 있는, 껍데기뿐인 복지’로 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박근혜는 “필요하다면 국민과 정부가 함께 고통 분담을 해 나가야 하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본색을 드러내며 노동자 쥐어짜기와 기업·부자 퍼 주기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성장률 하락, 인도·터키·브라질·말레이시아·타이 등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도 ‘9월 위기’가 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이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 대가를 치를 이유는 전혀 없다.

조세도피처에 숨겨진 한국 돈이 9백조 원이 넘고, 기업들이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이 3백조 원이 넘는다. 노동자들이 뭉쳐서 이런 돈으로 복지를 늘리라고 싸워야 한다.

계속되는 ‘거위털 뽑기’ ― 국민연금 보험료와 전기요금도 올리겠다?

근로소득세 증세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으려면 소득의 9.5퍼센트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17년까지 13퍼센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월 소득 3백만 원인 노동자는 현재 13만 5천 원인 보험료가 21만 원까지 올라 1년에 9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이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소득에 대한 연금지급액 비율)을 2028년까지 40퍼센트로 낮추기로 해 ‘국민용돈’이 됐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그런데 용돈 수준이라도 받으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금보다 50퍼센트나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기업과 부자 들의 부담을 늘려 국민연금을 지원하는 방안은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3백98만 원인 국민연금 부과 소득 상한선을 올리는 방안은 쏙 빠졌다. 이 때문에 수천만 원의 월급을 받는 고소득자들도 월급 3백98만 원인 노동자와 똑같은 보험료만 내면 될 뿐이다.

다른 한편, 새누리당은 여름과 겨울의 전기요금 폭탄을 없애겠다며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3∼4단계로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전기 사용량을 6단계로 구분해 가장 비싼 6단계는 1단계의 약 11.7배의 요금을 받는 현재의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월에 산업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4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놓았을 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은 요금이 조금 줄지만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가정은 오히려 전기요금이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결국 여름과 겨울의 전기요금 폭탄을 사계절 요금 폭탄으로 바꾸겠다는 셈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전기요금 원가 연동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석유·가스 등의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자동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우리 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의 55퍼센트나 차지하는 기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40퍼센트나 낮아 기업들은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 게다가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이 지난해 받은 전기요금 할인 혜택만 7천5백52억 원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