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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세계경제 위기의 실타래

미국이 올해 안에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거나 끝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흥국들이 위기에 빠졌다.

최근 7년간 연평균 8퍼센트씩 성장해 온 인도 경제가 1992년에 이어 또다시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가 1997년의 위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인도의 실물경제를 살펴보면 어떻게 인도 경제가 지금까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진다. 2008년 이후 인도 경제는 한 분기를 제외하고는 매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를 외자 유입으로 벌충했고, 이 때문에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났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라는 ‘소문’만으로도 세계 도처에서 긴장이 높아질 정도로 ‘회복’은 미미한 수준이다. (<레프트21> 97호에 실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 인터뷰 ― “세계 자본주의는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에서 재인용) ⓒ레프트21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은, 선진국의 값싼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돼 경제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메커니즘의 종결을 알리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통화·주가·채권 가치가 폭락했다. 인도의 루피화는 올해 들어 통화가치가 16퍼센트 하락했고, 브라질의 헤알화는 15퍼센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17퍼센트나 폭락했다. 이 나라들의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음에도 외국자금을 유인하기 위해 금리를 더 인상하고 있다.

7월 IMF 총재 라가르드는 올해 세계경제가 신흥국발 경제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임기응변처럼 사용한 통화량 증대의 부작용이 신흥국들에서 폭발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이와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빈 라이는 “양적완화 자금이 아시아에서 거대한 신용 인플레이션 거품을 만들어 냈다”며 “이 범죄는 이미 저질러졌고 우리는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후유증

신흥국의 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사정도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인다고 할 때 지표로 실업률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과 주택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든다.

최근 미국 실업률이 7퍼센트대에서 6.5퍼센트로 낮아지긴 했지만, 동시에 구직포기자가 늘고 있다. 이것이 신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질적인 실업률 하락인가 하는 점에서는 연준 위원들조차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늘고 있던 신규주택 건설과 주택매매 건수는 최근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신규 주택 구입 비용이 증가하자 상승 추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다우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는데, 이것은 매달 8백50억 달러어치의 자산매입프로그램(일명 양적완화)으로 시중에 통화가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의 투자 수준은 1995년 이래 최저점인데, 이는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성, 즉 이윤율이 낮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이를 ‘투자 파업’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에 풀린 돈들이 이런 투자 위축 때문에 인도와 같은 곳에서 거품경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유로존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호들갑이지만 한 분기의 지표만으로 경기 추세가 하강에서 상승으로 전환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유로존 경제는 2011년 4분기의 마이너스 0.3퍼센트 이후 여섯 분기 내리 후퇴했기 때문에 올해 2분기의 0.3퍼센트 상승이 더욱 반가웠을 수 있다.

투자 파업

유로존 경제를 플러스 성장으로 이끈 주역은 독일과 프랑스였다. 지난 두 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독일이 0.7퍼센트, 프랑스가 0.5퍼센트 성장을 하면서 유로존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회복 조짐은 이것이 전부다.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2분기 성장률은 각각 마이너스 0.2퍼센트와 마이너스 0.1퍼센트를 기록하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유로존 전체의 실업률은 12.1퍼센트고, 특히 스페인의 실업률은 26퍼센트를 넘는다. 그래서 이번에 유로존 성장률이 반동한 것은 그 전까지 경제 지표들이 워낙 바닥 수준을 유지한 덕택이다. 소위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최근 스페인을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대출금을 갚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자세히 보면 긍정적인 상황인 것만도 아니다. 이미 대출받은 돈과 향후 대출받기로 한 돈을 비교해 볼 때 스페인은 3천8백억 유로를 대출받았고, 2천8백억 유로를 더 대출받을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두 금액이 2천8백억 유로로 비슷하고, 그리스(7백억 유로)도 두 수치가 비슷하다. 이로 볼 때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은행들은 여전히 ECB의 LTRO에 의존하고 있고, 그리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의 여파가 그리스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논의가 있다는 사실은 유로존 경제가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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