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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투쟁:
“냉장고, 핸드폰만 고치냐. 우리 삶도 고쳐 보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사측의 얄팍한 회유와 악랄한 탄압에도 노조로 단결하고 있다. 7월 14일 노조 창립 이후 조합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 지금은 1천6백 명에 달한다.

삼성의 최첨단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조건에서 부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 왔다. 고장 난 부품을 수리하면서도 정작 자기 몸이 고장 나 아파도 쉬지도 못하며 주말, 휴일도 없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했다. 노동자들은 “핸드폰, 냉장고만 고치냐. 우리 삶도 고쳐 보자!” 하고 외친다.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이다.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출범식. ⓒ이미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위장도급·불법파견 근절과 정규직 전환,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준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도급 증거가 끝도 없이 나오는데도,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의 공문 접수조차 거부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들이 경총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바지사장이 아니”라며 쇼를 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신장섭 사무장은 “1백40개 협력업체 사장 중 3분의 2 이상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간부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협력업체 사장과 관리직 인건비도 삼성전자서비스가 지급한다고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조로 단결하면서 작은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서비스센터에서는 출근시간이 아침 8시에서 9시로 늦춰졌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주말에 쉴 자유와 특근수당을 주장하자, 휴일 근무에 수당을 주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또, 조직이 잘된 27개 센터의 노조는 사측에 교섭을 요청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국 1백40개 센터에서 서로 흩어져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로 단결해 삼성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심감을 얻은 것은 큰 성과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단결해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8월 24일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리는 ‘삼성전자서비스 투쟁 승리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방해하는 것이다. 사측은 ‘강제근무명령서’를 발부하고 경고장을 남발하면서, 이날 저녁까지 일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

포항에서는 토요일 오후 1시에 퇴근했다고 징계위를 열었고, 노조가 생기면 센터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주 센터에서는 협력업체 노동자 50명에게 내년 1월을 만기로 하는 기간제 계약서를 강요했다. 노조로 가입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엄포다.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자

이런 탄압에 위축되지 말고 굳건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

이미 노조로 가입된 노동자들이 지역별 집회, 탄압에 항의하는 집회 등으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망설이는 노동자들을 노조로 끌어들일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외근직 노동자들은 60퍼센트가 넘게 노조로 가입했지만, 내근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낮다.

차량유지비와 통신요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고,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어 하루에 많은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내근직 노동자들의 수입이 외근직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근직 노동자들도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 때문에 휴식도 식사시간도 없이 장시간 일해야 한다. 또, 삼성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를 받으면서도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내근직 노동자들이 외근직 노동자들과 함께 단결해서 저항한다면 노동조건 개선과 정규직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

물론, 삼성은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 무노조 경영을 무너뜨린 것을 넘어 실질적 양보를 얻어 내려면 전국적 파업을 준비해 나갈 필요도 있다. 파업으로 삼성전자서비스의 이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노동자들의 강력한 힘을 충분히 보여 줘야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재벌인 삼성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도 확산돼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 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삼성전자서비스공대위)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고 법률적 지원을 하는 등 의미 있는 구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공대위는 진보정당들과 급진좌파 등 다양한 진보 단체들을 더 많이 포괄해서 연대를 더 깊고 넓게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