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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왜곡·조작을 통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 중단하라

 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8월 31일자로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기사다. 

8월 28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통합진보당 활동가 3명을 체포했다.

터무니없게도 박근혜 정권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활동가들에게 수십 년간 사문화돼 있던 내란음모 혐의까지 씌우려 한다.

이들은 이석기 의원 등이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등의 황당한 말을 언론에 퍼뜨리고 있다.

국정원이 은근슬쩍 증거도 없고 확인도 안 된 피의사실을 흘리면, 조중동과 종편이 이를 각색해서 하루 종일 틀어대고, 일베충들이 어마어마하게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NLL 물타기 때와 마찬가지로 또 ‘이석기 녹취록’이 등장했다. 조작이 의심되는 이 녹취록에도 막상 이석기 의원의 ‘총기를 준비해서 주요 시설을 타격하자’는 발언은 없다.

게다가 김형태 변호사는 “설령 그런 말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실현가능한 얘기가 아니라 그냥 한 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는 게 법적으로 무리라는 말이다.

황당무계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우파는 이 녹취록을 마녀사냥의 무기로 한껏 우려먹고 있다. 온갖 황당무계한 주장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석기 의원 집에서 이민위천(백성을 하늘처럼 섬긴다) 액자가 발견됐는 데 이것은 김일성 좌우명이다’, ‘모여서 적기가 노래를 부른 것을 봐도 이들의 내란음모 사실을 알 수 있다’ 등.

그러나 ‘이민위천’은 중국의 역사서 〈사기〉에도 나온 말이고, ‘적기가’는 독일 민요에서 유래해 일제시대 항일 투쟁부터 불려 온 노래다.

통합진보당을 이처럼 혐오스러운 집단으로 만들어 낸 결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우익 단체들이 모여서 이석기 의원과 이정희 대표 화형식을 하고, 당사에 난입해서 폭력 난동을 부렸다. 심지어 부산에서는 우익들이 ‘통합진보당인 줄 알았다’며 촛불 집회 참가자를 총기로 위협하기까지 했다.

이런 대대적 마녀사냥은 사실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임기 초부터 박근혜는 ‘미스터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황교안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게다가 최근에 박근혜는 유신헌법을 기안한 ‘원조 공안검사’ 김기춘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국가보안법의 칼을 수시로 꺼내 들며 ‘종북’ 마녀사냥을 하려는 뜻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국정원 게이트에 항의하는 촛불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대대적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집권 반년 동안 박근혜 정권은 온갖 공약 파기와 재벌 퍼 주기 때문에 분노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국정원 게이트 속에 통치의 정당성도 의심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더러운 물타기가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탄압은 박근혜 정권이 민주주의와 우리의 삶을 유린하는 것에 분노한 모든 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마녀사냥을 통해 저들은 우파를 결집시키고 진정한 문제를 가리고 싶어 한다. 오락가락하는 민주당이 또 ‘종북’ 공세에 굴복해서 촛불의 뒤통수를 치기도 바랄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역시나 한심하게도 촛불집회와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더러운 조작·왜곡·물타기의 달인들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국정원이 어떤 얘기를 꾸며댈지라도 흔들리지 말고 마녀사냥을 반대해야 한다. 저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온갖 사건을 조작하는 데 도통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은 저 악명 높은 1991년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우두머리다. 당시에 ‘혹시 사실 아닐까’ 하고 강기훈 씨를 의심했던 많은 사람들도 나중에 크게 후회했다.

노무현 정권 때 ‘일심회’ 사건도, 이명박 정권 때 ‘왕재산’ 사건도 나중에 터무니없는 조작과 왜곡이 밝혀진 바 있다.

얼마 전 한 탈북민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간첩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것도 국정원이 피고의 여동생을 협박해 만든 조작으로 드러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내란음모’도 마찬가지다. 박정희가 바로 이 혐의로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1975년 8명을 사형시켰고, 1980년 광주항쟁을 피로 짓밟은 전두환이 조작한 것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수년에 걸쳐 불법 사찰과 도·감청을 한 이번 사건도 고작 나온 게 ‘1백여 명이 파출소 털어서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허무 개그다.

촛불을 갈라놓으려는 이간질에 흔들리지 말아야

박근혜 정권과 부패 우파는 진보진영 내부를 갈라치는 데 마녀사냥을 이용하려 한다.

따라서 우리는 ‘종북’ 프레임을 거부해야 하고, 정파를 초월해 맞서야 한다.

동의하기 어려운 잘못된 입장이라는 이유로, 사상·표현·정치 활동의 자유를 방어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적 견해 때문에 이런 방어에 망설임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이것은 공동의 적에 맞선 투쟁 속에서 동지적으로 토론·비판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안 탄압이야말로 운동 속에서 이런 비판과 토론이 이뤄지기 어렵게 만든다.

그 점에서 진중권 씨 등 일부 인사들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고 방어하기 어렵다’, ‘진보당은 수사에 협조하라’, ‘촛불과 연결시키지 말자’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이런 태도는 탄압하는 부패 우파의 기를 살려주는 반면, 탄압받는 사람들을 좌절케한다.

시대착오적인 마녀사냥을 통해 운동을 분열시키고 탄압하려는 지배자들에게 똘똘 뭉쳐서 맞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