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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에 대한 진보 일각의 한심한 양비론 비판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이 고조될수록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참에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자’며 진보당의 ‘종북주의’와 ‘시대 착오적’ 혁명관을 질타하고 비웃는 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심지어 이렇게 말한다. “국가보안법의 수혜자는 국정원과 통합진보당이다. 통진당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힘을 얻고, 통진당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살 수 있다. 적대적인 것 같지만 공존한다. 그 과정에서 위협받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다.”(9월 2일자 〈한겨레〉 인터뷰)

이처럼 진보당을 무려 국정원과 동급의 반민주 세력으로 낙인찍는 이런 양비론은 폭력적일 정도다. 정녕 진보당 같은 ‘종북’ 세력이 제거되면 국정원의 입지가 줄어들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국정원과 우파에게 ‘종북’은 어디까지나 탄압을 위한 빌미일 뿐이다. 빌미는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다. 루블화로 환전을 해도, 북한 포스터를 패러디해도, 심지어 체 게바라 티셔츠를 갖고 있어도 누구나 제2의 이석기가 될 수 있다.

박원순마저 국정원의 음해공작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저들이 진보당을 공격하는 진짜 이유는 진보당이 ‘종북’이어서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을 위협하는 민중 운동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민중 운동이 분열되고 약해지는 만큼 국정원은 더욱 살기등등해지고, 민중 운동이 강력하고 단결돼 있을수록 국정원은 음지로 내몰린다.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한 채 민중 운동의 분열이나 조장하는 위와 같은 저질 양비론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더 큰 위협이다.

진보진영 일부가 이처럼 공안탄압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관조하는 모습은(아니, 어쩌면 은근히 반기기까지 하는 모습은) 이들이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마저 제대로 탑재가 안 된 심각한 혼란과 오류에 빠져 있음을 시사한다.

토론과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와 공권력의 힘을 빌어 해결할 문제를 구분 못하는 것이다. ‘종북주의’를 털고 가기 전에, 이참에 진보 일각에 이토록 만연한 ‘공안탄압 불감증’부터 털고 가는 게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