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이 고조될수록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참에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자’며 진보당의 ‘종북주의’와 ‘시대 착오적’ 혁명관을 질타하고 비웃는 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심지어 이렇게 말한다. “국가보안법의 수혜자는 국정원과 통합진보당이다. 통진당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힘을 얻고, 통진당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살 수 있다. 적대적인 것 같지만 공존한다. 그 과정에서 위협받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다.”
이처럼 진보당을 무려 국정원과 동급의 반민주 세력으로 낙인찍는 이런 양비론은 폭력적일 정도다. 정녕 진보당 같은 ‘종북’ 세력이 제거되면 국정원의 입지가 줄어들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국정원과 우파에게 ‘종북’은 어디까지나 탄압을 위한 빌미일 뿐이다. 빌미는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다. 루블화로 환전을 해도, 북한 포스터를 패러디해도, 심지어 체 게바라 티셔츠를 갖고 있어도 누구나 제2의 이석기가 될 수 있다.
박원순마저 국정원의 음해공작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저들이 진보당을 공격하는 진짜 이유는 진보당이 ‘종북’이어서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을 위협하는 민중 운동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민중 운동이 분열되고 약해지는 만큼 국정원은 더욱 살기등등해지고, 민중 운동이 강력하고 단결돼 있을수록 국정원은 음지로 내몰린다.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한 채 민중 운동의 분열이나 조장하는 위와 같은 저질 양비론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더 큰 위협이다.
진보진영 일부가 이처럼 공안탄압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관조하는 모습은
토론과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와 공권력의 힘을 빌어 해결할 문제를 구분 못하는 것이다. ‘종북주의’를 털고 가기 전에, 이참에 진보 일각에 이토록 만연한 ‘공안탄압 불감증’부터 털고 가는 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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