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9월 5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고려대모임이 낸 성명이다.


‘자유, 정의, 진리’가 ‘고대 정신’이라고 내세우는 고려대가 우리 사회의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강연회를 불허했다. 애초 9월 9일(월)에 정경대, 이과대 학생회 주최로 418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강연회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강연자 표창원 박사, 박주민 변호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 고려대 당국은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보수 인사들의 강연회는 잘도 열어왔다. 서울시장 당시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등 ‘편향’된 ‘정치’ 인사들의 강연회는 문제 없이 열렸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더니, 학교 당국은 이런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강연은 9일 고려대를 시작으로 10일 이화여대, 11일 서울대에서 연속해 열릴 예정이었고,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가 학생회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고려대 당국의 불허 통보에 대해, 이 행사를 주관하기로 한 참여연대의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갑자기 불허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며 “그럼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미디어오늘〉 인터뷰)

이번 고려대 당국의 강연회 불허 통보는 명백하게 학생들이 학문과 사상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표현하는 것을 가로막는 처사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국정조사가 끝난 지금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주말마다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계속되는 이 촛불운동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대답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이었다. 학교가 불허를 통보한 9월 4일(수)은 국회에서 ‘이석기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는 날이었다는 점도 이번 불허 통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강연회를 불허한 고려대 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학교 당국은 이번 강연회에 대한 불허를 철회하고, 학내의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해야 한다. ‘진실’과 ‘정의’를 논하는 강연회의 불허에 맞서 학교 당국에 함께 항의하자.

2013년 9월 5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고려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