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보육·육아의 국가책임제’ 실현을 공약으로 당선한 박근혜 정부가 무상보육 재정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무상보육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무상보육 재정 고갈은 이미 예정돼 있던 것으로 새누리당이 10개월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보육 공약 뒤집기’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재정 문제만이 아니다. 정부는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고, 육아의 책임이 가정과 여성에게 있는 것임을 확실히 하겠다는 이념 공격도 하고 있다. 서울시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라고 했을 뿐인데도 새누리당은 이를 선관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양육수당(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 수당을 주는 것)도 시작부터 재정고갈이 예고됐다. 이 역시 중앙정부가 재정을 확보하지 않고 지자체에 그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양육수당으로 무상보육을 대체하려 하는 정부 정책 탓에 보육현장에서는 교사들이 무자비하게 해고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여성이 육아에 발목 잡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요구는 완전히 외면하고 보육 책임을 개인과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는데, 직장어린이집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계가 크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보육수당(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이 폐지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무상보육을 철회할 수 없었던 것은 보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했고, 저출산 문제와 육아 비용 스트레스가 정말 심각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육을 책임질 때 나아지는 것은 단지 비용만이 아니다. 공적재원이 투입된 덕분에 보육현장의 많은 문제들이 폭로되고 있다. 이는 보육이라는 공공재가 그동안 시장화돼 얼마나 많은 부조리들을 양산했는지 보여 줬다.

보육의 해묵은 문제들을 걷어내고 보육이 진짜 보육다워지는 길은 무상보육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크게 늘린 탓에 교육이 수익성 사업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린이집이 돈벌이 판으로 돼 버린 것은 여전히 공공성 기반 없이 보육료만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무상보육은 계속돼야 한다. 더 나아가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폭 늘려 양질의 보육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