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교육부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을 기준으로 성공회대, 상지대 등 35개 대학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개강을 앞두고 자신의 학교가 ‘부실’ 대학이라는 오명을 쓴 학생과 교원 들은 억울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부실’ 교육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사학재단이 아니라 애꿎은 학생과 교원 들에게 고통이 전가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은 그 기준부터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지난 몇 년간의 저항과 반발로 올해부터 인문·예술 계열은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나머지 학문들은 취업률을 기준으로 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학문은 고사하고 대학은 취업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지방 대학들은 정부의 줄 세우기 식 상대평가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취업률 지표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대학이 입학 정원을 감축하면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국의 대학들은 취업률 낮은 학과의 정원을 감축하거나 아예 학과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또 ‘학사 관리 및 교육과정’ 지표는 상대평가를 강화해 대학을 학점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부실’대 탈출?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은 취업률을 ‘뻥튀기’해 지표의 형식적 개선 효과만 낼 뿐이다. 사실 대졸자들의 취업은 개별 대학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와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서 개별 대학들을 채찍질해 취업률을 높이라고 하니 이런 ‘지표관리 꼼수’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것이다. 

기만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노동자들이 입는다.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학교 학생들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또 학생들은 학과 통폐합 등 때문에 교육권을 침해받는다. 구조조정으로 대학이 퇴출되면 학생과 교직원, 교수 들은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는다. 

심지어 지난해 대전의 한 교수는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실 교육의 책임은 지금껏 재정 지원 등 고등교육의 책임을 회피해 온 정부와 돈벌이에만 혈안인 사학 재단들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학 당국에게는 계속 특혜를 주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을 사유재산처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법안까지 만들려 한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자 수가 줄어 정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2023년에는 대학 1백 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가 곧바로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는 이유는 사립대 중심의 대학 구조와 등록금 의존적인 대학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입학 정원이 줄면 그만큼 등록금 수익도 줄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진정한 대안은 운영이 어려워지는 사립대를 국립대로 전환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 수가 줄어도 대학이 문 닫을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고등교육에 지금보다 돈을 더 쓸 의지가 전혀 없다. 또 지배자들은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 노동계급 자녀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낭비라고 본다. 높은 청년실업이 ‘청년들의 눈높이’ 때문에 벌어진다며 높은 진학열을 탓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은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다. 진정 부실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들의 돈벌이를 장려하고, 비리재단 이사들을 비호해 온 정부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 또 무능하고 부패한 사학재단을 퇴출시키고 대학을 국립화해서 대학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런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맞서 9월 2일 중앙대 구조조정 공대위, 경남대 철학과 폐과 비대위, 경기대 총학생회, 동아대 인문대·사회대 학생회, 한국대학생연합,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반값등록금 범국본 등의 단체들이 모여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를 발족했다. 우리는 정부의 부당한 구조조정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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