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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의 반혁명:
위기에 처한 혁명을 구출해야 한다

지금 이집트에서도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마녀사냥이 한참이다.

마녀사냥은 주되게 무슬림형제단을 겨냥한다. 이집트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원 아래 이집트 국가를 무너뜨리려는 테러를 모의했다는 황당한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마녀사냥은 군부가 시위대 1천 명 이상을 학살한 8월 14일 이후 부쩍 강화됐다.

“미라(무바라크)가 되돌아오고 있다” 9월 1일 주한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열린 국내 거주 이집트인들의 시위. ⓒ이윤선

마녀사냥은 무슬림형제단에 그치지 않는다. 군부는 노동자 파업을 진압하면서 파업 노동자들이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라고 우겼다. 또한 무르시 집권기 최전선에서 싸운 4월6일청년운동도 그 지도부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는 서방과 내통’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최근 이집트 경찰은 연구용 위치탐지기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황새까지 ‘프랑스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아랍 혁명에 위협을 느낀 이집트 안팎 모든 반동 세력이 반혁명을 위해 뭉친 것이 마녀사냥의 진정한 배경이다.

이집트 최대 기득권 집단인 군부가 반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혁명 이후 터져 나온 노동자 운동을 짓밟고 싶은 자본가들도 군부를 열렬히 지지한다. 한 이집트 갑부는 최근 “향후 2년간 시위를 금지하자” 하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미국 오바마는 겉으로는 학살을 비난하면서도 이집트에 주는 군사 지원을 전혀 줄이지 않았다. 오바마는 아랍 혁명이 제국주의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혁명 불길이 자국으로 번질까 두려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친미왕정들 역시 엄청난 돈을 지원하며 군부를 지지한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때 아랍 혁명 때문에 개망신 당한 이스라엘은 이집트 군부의 학살을 비난하는 국제적 여론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

많은 이집트 좌파가 이런 마녀사냥과 반혁명에 굴복했다.

주적은 국가

2012년 대선에서 노동자들한테 많은 지지를 받았던 나세르주의자 사바히는 군 수뇌부 엘 시시를 “대중의 영웅”으로 치켜 세웠다. 기회주의자들이 모인 구국전선은 8월 14일 학살을 “민중의 집단적 의지를 군부가 결연히 실행한 것”이라고 미화했다.

그러나 모든 좌파가 이런 마녀사냥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 혁명 이전부터 반정부 투쟁을 이끌었고 무르시 퇴진 투쟁에도 앞장선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혁명의] 주적은 이집트 국가”라고 옳게 주장한다.

또한 무슬림형제단이 혁명을 배신했던 것보다 “옛 지배계급이 혁명 전체를 없애려 드는 것”이 더 큰 위협이라고 지목한다.

오늘날 이집트는 1917년 러시아에서 2월 혁명 이후 등장한 케렌스키 정부를 타도하고 혁명을 파괴하려고 우익 군장성 코르닐로프가 쿠데타를 일으킨 상황과 많이 닮았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카이저(독일 황제) 퇴진 후 부상한 사민당이 히틀러를 앞세운 옛 지배계급의 반동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과도 유사하다.

러시아에서는 대중적인 혁명 정당으로 자리잡은 볼셰비키 지도 아래 케렌스키 정부와 일부 제휴해서 반동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 결과 혁명의 물길을 다시 왼쪽으로 돌릴 수 있었고, 애초 혁명을 배신했던 케렌스키 정부까지 몰아내며 혁명을 완수할 수 있었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공산당이 반혁명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사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히틀러에 맞서 함께 싸우길 거부하면서 결국 반혁명이 승리했다.

지금 이집트 혁명의 성패는 혁명적 좌파의 역량에 달려 있다.

혁명이 승리하려면 군부에 반대하는 세력(무슬림형제단 포함)을 결집해서 이집트 군부의 마녀사냥과 반혁명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