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에 시작된 현대차 부분파업, 잔업거부, 주말특근 거부로 현대차 사측은 1조 2백25억 원의 손실이 생겼다고 집계했다. 경제 위기와 “귀족노조”라는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도 현대차 노동자들이 저력을 보여 준 것이다. 

9월 5일에 현대차 사측과 노조 집행부는 임금·단체협상에 잠정합의했다. 합의안 내용을 보면 임금 인상은 지난해에 견줘 좀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지난해에 임금 타결로 1인당 평균 2천7백여 만 원을 더 받아 내게 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파업과 투쟁으로 임금 인상을 성취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는 아쉬운 점이 더 많다. 기본급 대폭 인상이나 정기 상여금 인상 같은 고정적 임금의 인상은 불충분하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기본급을 대폭 인상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성과금으로 일시적으로 임금을 올릴 수 있지만, 현대차 경영 실적에 연동되므로 불안정하다.

저력

그리고 노조 집행부는 정년 연장 요구를 철회했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를 “생떼 쓰기”라고 비난하며 끝까지 수용을 거부했다. 그러나 퇴직 이후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기도 어렵고, 복지 제도도 불충분한 상황에서 현대차 노동자들의 정년 연장 염원은 정당하다. 

주말 특근 추가 협의도 무시됐다. 주간연속2교대 도입 이후에 사측이 평일 노동강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주 6일 노동을 고착화하는 것에 반발해, 노동자들은 상반기에 특근 거부 투쟁을 벌였다. 

그럼에도 4월 26일 현대차 사측과 문용문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바람을 거슬러 특근 문제를 합의했다. 조합원들의 반발 때문에 이번 임단협 투쟁에서 추가협의를 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도 특근 문제는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현대차 사측과 문용문 집행부의 합의에 반발해 정당한 투쟁을 했던 1공장 활동가들에 대한 손배가압류 철회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투쟁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심보다.

불충분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관련 내용도 없다. 사측이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신규채용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조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내걸고 투쟁하며 사측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용문 집행부는 “생산공정과 상시업무 하도급 금지, 정규직 사용” 요구도 철회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잠정합의안은 어느 정도 성취한 것도 있지만 조합원들의 핵심 염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게 옳은 이유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다면,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설사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현대차 노동자들이 쟁취해야 할 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임단협 투쟁에서 보여 준 저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꾸준히 그 과제들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