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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까지 집어삼키고 있는 마녀사냥의 광기

국정원과 검찰은 마녀사냥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제대로 된 증거 하나 내놓지 않으면서 구속과 압수수색 등으로 여론몰이를 했다. 그 때문에 ‘RO 조직원’으로 지목된 피해자의 가족들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체포 직후, 한 구속자 가족은 누군가 이틀에 걸쳐 차량에 페인트와 매직으로 ‘간첩차’ 등을 써 놓은 것을 발견했다. 범인은 한밤중도 아닌 출근 시간대에 그런 ‘백색테러’를 자행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한동안 주변에 알리지도 못했다. 마녀사냥 때문에 가해자는 발 뻗고 자도 피해자들은 숨죽여 살아야 했던 것이다.

용기를 내어 9월 13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당사자는 “늦은 밤 귀가하지 않은 딸아이 때문에 걱정이 되고, 집에 남아 있을 아이들 때문에 너무나 두렵다”고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린 아이들도 고통 받고 있다. 한 아이는 학교 수업 중에 교사가 “우리 동네에도 RO 조직원이 있더라”고 말하자, 자기 아버지 이름이 나올까 봐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자녀들 이름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수업

명백히 위법적인 피의 사실 공표 때문에 생긴 인권침해지만, 공안 당국은 사과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족들을 괴롭혔다.

검찰은 체포한 지 열흘도 더 지난 시점에 갑자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면회 대상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로 제한했다. 가족이 아닌 지인은 물론 형제자매도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자녀들은 이혼한 아내와 함께 해외에 거주하는 이석기 의원은 사실상 면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지어 공안 당국의 회유·협박 시도도 감지되고 있다. 가족대책위는 “없는 죄를 강요하기 위해 이미 충분히 고통 받고 있는 가족에게까지 회유·협박하려는 마음이었다면 참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치를 떨었다.

피해자들 가족은 “[공안 당국이] 소스를 던져 주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공개부터 하는” 언론도 질타했다.

언론은 새누리당 도지사가 상까지 줬던 지역단체가 ‘RO 핵심 근거지’라거나, 구속자가 정부한테 받은 돈으로 내란 음모를 꾸미고 폭탄을 제조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한 피해자의 아내는 이를 보고 “며칠씩 잠도 못 자고 식욕도 없어졌다”고 한다.

가족들의 고통과 피해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구속된 이들은 즉각 무죄 석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