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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법정콘서트 무죄》:
지난번 마녀사냥을 돌아보고 배우기

국가정보원은 이번에 내란음모죄라는 역사책에만 남아 있을 것만 같았던 용어를 언급하며 이석기 의원을 압박했지만, 머지않아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을 들춰내고야 만다.

《법정콘서트 무죄》최진섭, 이정희, 이시우 지음, 도서출판창해, 360쪽, 17,000원

한국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은 뿌리 깊은 존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누구도 국가보안법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진가 이시우, 그 역시도 2007년에 국가보안법의 20개 조항 위반이라는 경악할 기록을 세우며 탄압을 받았다. 이 책은 이시우 씨와 그를 변호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대담을 담고 있다.

“국가보안법 이길 수 있다”

최근 상황과 관련해 읽어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현재 이석기 의원은 검찰의 수사에 진술거부권, 일명 묵비권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권으로 당연한 것이다. 사진가 이시우 씨도 수사를 받을 때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 책에서도 이정희 대표는 “완벽한 묵비가 1백 명의 변호사보다 낫다”고 할 정도다.

또한 이시우 씨 재판 때는 각종 시민단체, 종교단체, 예술단체, 진보단체, 해외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모인 탄원서가 당시 재판관에게 ‘만만치 않은 사람이구나’ 하는 압박을 줬다고 한다. 이러한 결집된 연대가 큰 힘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재판에서도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걸맞게 그동안 자신이 공부해 온 미학, 철학, 사학 등을 통해서 재판정에서 자신의 사진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검사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자신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으로 바꿔 상대방에게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1백명의 변호사

또, 책에 나온 대담자들이 당시 재판을 준비하면서 보인 주도면밀한 체계성에서 다시 한번 깊은 깨우침을 얻는다. 사진가 이시우 씨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2차대전 이전에 벌써 독일로 이탈리아로 일본으로 수입되어 일본의 치안유지법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걸 거의 그대로 따다 쓴 게 한국의 국가보안법이거든요. … 이제 남북 간의 관계뿐 아니라 더 나아가 미국의 패권 문제, 세계 패권의 문제가 조정되는 과정을 아주 깊이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일 그런 관점을 지니게 되면 국가보안법 자체를 세계적 맥락의 변화, 현실의 변화와 더불어 성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바탕 아래서 여론을 바꾸고, 사회 환경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국가보안법이 필요없게 만들어야겠지요. 저는 이런 단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이시우 씨는 이번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사태에 대응해 〈통일뉴스〉에 긴급하게 다음과 같이 기고했다.

“지배권력의 종북공세에서 1차 정치적 관문을 돌파하는 길은 ‘우리는 진보당과 달라’ 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의 단합이 굳건히 정치문제의 1차 관문을 통과할 때 청와대와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이번 내란음모사건이 대박이 아닌 쪽박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탄압은 어느새 전교조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앞으로 국정원에 맞선 투쟁에 대한 결의를 다지며 시 한 수 남기고자 한다.

독일에 처음 나치가 등장했을 때 …

처음에 그들은 유태인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내 이웃들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그들이 뭔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내 친구들이 잡혀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침묵했습니다.

나는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 주위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에밀 구스타프 프리드리히 마틴 니묄러, ‘나는 침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