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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이 글은 10월 23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성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2007년 이후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의 94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했다. 압도적인 찬성률은 그동안 켜켜이 쌓인 노동자들의 불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몇 년간 흑자를 수백억 원 냈다. 이는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선택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등 돈벌이 중심으로 병원을 경영해 온 결과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학교 병원이 이처럼 공공의료보다 돈벌이에 매달려 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병원장 오병희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노동자들에게 임금 동결을 강요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는 임금 동결은 실제로는 실질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은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품질이 나쁜 싸구려 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 환자들에게 받은 선택진료비 수백억 원 중 많은 부분은 일부 의사들에게 성과급을 억대로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

서울대병원은 이처럼 환자들과 노동자들을 쥐어짠 돈으로 다른 민간대형병원들과 설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처럼 서울대병원이 돈벌이를 위해 운영된다면, 이는 또다시 환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병원과 정부가 공공의료의 책임을 노동자, 환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곧바로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인력 충원은 노동자들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다.

주 5일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토요일 진료는 점점 늘었고, 야간 수술건수는 최근 3년 동안 65퍼센트나 늘었다.

이로 인해 병원노동자들은 장시간·야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고액 연봉을 받는 의사는 3백20명이나 늘리면서 정작 현장에 필요한 인력은 채용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미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이 1천 명이 넘는다.

서울대병원분회는 1분 진료로 상징되는 부실 진료 행위를 중단하고 적정 진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사실상 강요하는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의사들을 환자 진료보다 돈벌이로 내모는 의사성과급제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진료 교수에게 지급되는 선택진료수당을 10월부터 30퍼센트 줄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선택진료수당 차감액이 1백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언 발에 오줌누는 격이다. 환자와 노동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내모는 선택진료비와 의사성과급제는 즉시 폐지돼야 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요구는 병원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공공의료의 질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요구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