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성장하는 극우와 파시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그리스와 프랑스다.

그리스에서는 황금새벽당이 2012년 6월 총선에서 6.9퍼센트를 득표하며 최초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FN)이 2012년 대선에서 사상 최다인 18퍼센트를 득표했다. 최근에는 브리뇰 지방의회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네덜란드, 스웨덴, 헝가리,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지에서도 극우·파시즘 정당들이 각종 선거에서 10퍼센트 이상 득표하고 있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파시즘 정당이 약진하리라는 예측도 많다. 이런 현상은 1930년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 극우ㆍ파시즘 정당들의 지지율 변화 ☞ 크게 보기 ⓒ김준효ㆍ차승일

파시즘의 존재감은 선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대표 사례가 노르웨이의 아네르스 브레이비크다. 브레이비크는 2011년에 총을 난사해 70명 이상을 살해한 파시스트다. 이 살인마는 “인종 전쟁”을 일으킬 목적으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유럽의 극우와 파시스트는 대체로 네 가지 형태를 띄고 있다.

① 인종차별적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의 영국독립당, 스위스의 국민당, 네덜란드의 자유당이 있다. 당원 중에 파시스트가 있지만 이 정당들은 파시즘 정당은 아니다. 이 정당들은 민주적 제도를 통해 인종차별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의제를 관철시키려 한다.

② 유로파시즘.

프랑스의 FN, 스웨덴의 민주당, 영국의 영국국민당(BNP)이 있다. 이 정당들은 단순 우파 정당을 자처하지만 그 핵심에는 파시스트가 있다.

③ 공공연한 파시스트 정당.

그리스의 황금새벽당과 헝가리의 요빅당(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이 있다. 이 정당들은 파시즘 사상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이들은 선거에 출마하는 한편 폭력 집단과 준군사조직을 운영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이주민과 좌파에 테러를 가한다. 즉, 파시스트 조직의 “이중 전략”*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④ 거리 운동 조직.

동유럽 여러 나라에는 인종차별적 극우 민족주의 폭력 집단들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당이 대표적이다. 이 조직들은 로마인*과 유대인을 겨냥한 폭행을 저지른다. 영국의 영국수호동맹(EDL)도 여기에 속한다.

극우·파시즘이 성장하는 일차적 배경은 경제 위기다. 예를 들어, 현재 그리스는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에 견줘 20퍼센트나 감소했다. 실업률은 28퍼센트에 이르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60퍼센트에 달한다. 충격적이게도 15~24세의 그리스 청소년 중 3분의 2가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 속에 기성 주류 정당들에 대한 환멸이 커졌다. 각국 정부가 추진한 긴축 정책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상황은 정치적 양극화를 낳았고, 극우와 파시즘의 성장은 정치적 양극화의 오른쪽 모습을 보여 준다.

국가와 주류 정당들이 인종차별적 정책을 강화한 것도 극우·파시즘 성장에 한몫했다.

원래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 지배자들은 극우·파시즘과 거리를 둬 왔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유럽 각국 지배자들은 난민·이주민을 점점 더 강하게 박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무슬림이 새로운 “내부의 적”으로 지목됐다.

예를 들어,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프랑스는 공공시설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이슬람 전통 복장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다.

무슬림 외에도 로마인과 유대인도 박해를 당한다. 예를 들어, 슬로바키아에서는 ‘토착’ 슬로바키아인과 로마인의 거주지를 분리하는 장벽이 세워졌다. 헝가리 정부는 로마인 아동만 따로 다니는 학교를 지으려 한다. 얼마 전 프랑스의 사회당 정부는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로마인들을 대거 추방했다.

그리스에서는 ‘혈통이 다르다’며 이민자 아동에게는 아예 국적을 주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에서 태어난 이민자 아동은 18세가 되면 불법 체류 신세가 된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극우·파시즘 세력이 활개칠 수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FN의 후보 마린 르펜은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사르코지가 인종차별적 정책을 강조하는 것에 ‘내가 원조다’ 하며 대응했다.

이 점에서 프랑스 좌파들이 인종차별적인 이슬람 복장 착용 금지법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심지어 동조해 온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내가 원조’

그렇다고 유럽 정치가 우경화 일변도를 걷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오른쪽으로는 극우·파시즘이 성장했지만 왼쪽으로는 그리스의 시리자* 같은 급진좌파(더 정확하게는 좌파 개혁주의)가 성장했다. 시리자는 2012년 총선에서 지지율이 그 전의 7배가 됐다.

더 중요하게는 극우·파시즘에 맞서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파시즘 정당 BNP는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석을 확보하고 지방의회 의원도 대거 배출한 바 있다. 그러나 반파시즘 활동가와 사회주의자들이 반대 운동을 강력하게 건설한 결과 BNP는 계속해서 선거에서 패배했고, 지난해에는 단 하나의 의석도 얻지 못했다. 더 중요하게는 파시스트들의 거리 시위도 훨씬 더 큰 반파시즘 시위에 가로막혀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9월 말 그리스에서는 반파시즘 운동이 커다란 승리를 거뒀다. 반파시즘 활동가이기도 한 유명 힙합 가수의 피살 이후 긴축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광범한 반파시즘 시위가 만나면서 정부를 크게 압박했다. 결국 정부는 황금새벽당 대표와 소속 의원 몇 명을 범죄 단체 결성 혐의로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본지 113호 관련 기사 참고)

최근에는 프랑스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대규모 운동이 일어났다.

20세기 초 파시즘 세력의 역사를 보면, 성장하고 있는 파시즘에 맞서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에서 히틀러의 집권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야만인 제2차세계대전과 유대인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그뿐 아니다. 의회민주주의(부르주아 민주주의) 자체가 파괴됐다. 좌파와 혁명가가 이것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의회민주주의에 환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파시즘이 집권하면 의회민주주의의 사회적 내용물(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 같은 노동자 조직들)이 파괴되고, 그것은 노동계급 전체에게 해롭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듯, 파시즘 성장의 뿌리는 자본주의 위기와 야만이다.파시즘 자체와 자본주의 둘 다에 맞서는 투쟁이 사활적인 이유다.

그런데 자본주의 위기·모순에서 자유롭지 않은 부르주아 정당·정부는 파시즘에 일관되게 맞설 수 없다. 이 때문에 자본가 계급 일부까지 포함하는 인민전선(계급연합)으로는 파시즘에 맞서기 어렵다.

따라서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파시즘을 분석하며 주장했듯이, 개혁주의적이든 혁명적이든 모든 노동계급을 포괄하는 공동전선으로 파시즘에 맞설 필요가 있다.

차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