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 인터뷰:
“괴물 같은 삼성을 바꿀 때까지 싸울 것”

최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삼성 고위 임원 회의 제출을 목적으로 작성된 “210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서에는 노조 설립 시 “전 부분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여 조기에 와해시키고, 조기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신세계이마트, 삼성전자서비스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노조 탄압이 삼성 그룹 핵심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삼성의 범죄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여소야대인 환노위에서 이건희를 증인으로 세우지 않기로 새누리당과 합의한 민주당은 삼성에 맞서 싸울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보여 줬다.

반면, 삼성 노동자들은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저항해 왔다. 에버랜드에서 민주노조를 만든 ‘죄’로 해고된 금속노조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이 삼성에 맞선 투쟁을 말한다.

‘슈퍼 갑’ 삼성에 맞서 싸우는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 ⓒ임수현

삼성의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서 많이 씁쓸하고 분노가 생겼어요. 회사가 매일 불법적 수단을 활용해 노조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 드러난 거죠. 노동자들을 구사대처럼 동원해 방호인력, 노조활동 대응인력, 여론 주도인력 등의 역할을 주며 모의훈련까지 시켰어요.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묘사하면서 전쟁을 해야 할 대상, 체증하고 감시하며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문건을 보면 저희가 에버랜드 인근 원룸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외부세력과 삼성계열사 문제인력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나와 있어요.

삼성지회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회유하다가 통하지 않자 인사팀 직원들을 앞세워 협박하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했어요. 어이없게도 폭행을 자행한 직원은 징계는커녕 승진했고요. 이게 바로 삼성스타일이에요.

‘문제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개인에 대한 ‘백과사전’을 제작해 개인취향과 사내지인, 자산, 주량 등을 꼼꼼히 문서로 만들어 활용 중이라고 문건에 나와 있잖아요? 이것은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에요.

10월 16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노조파괴전략 규탄’ 기자회견에서 조장희 부지회장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철구

삼성은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나, 문건을 보면 삼성지회 탄압은 “시나리오에 따른 신속한 선제 대응”으로 묘사돼 있어요. 회사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조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하고는 복수노조 시행 직전에 ‘알박기’ 노조인 친사노조를 설립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 버렸어요. 그래서 2년간 저희 삼성지회는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없게 됐죠.

또, ‘부당노동행위 회피를 위해 노조설립 전에 주동자를 징계 해고’라고 나와 있어요. 사측은 그동안 내가 직원들의 신상정보를 유출했다며 노조 활동과는 무관한 해고라고 발뺌했죠. 하지만 이번 문건에서 노조탄압 목적으로 저를 해고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에요.

주동자를 해고해서 격리하고, 조합원들의 탈퇴를 강요하고,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등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탄압도 문건에 나온 삼성의 대응 방안에 따른 거예요.

삼성은 오만하고 괴물 같은 모습으로 이 지경까지 왔어요. 누구의 책임인가요. 정부기관들 모두 삼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아요. 백혈병 피해자들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부기관들 하나 믿지 못하겠어요.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조사 결과 발표를 했고요. 개탄스러워요.

삼성도 전체 그룹의 역량을 총집중해서 정보기관보다 치밀한 문건을 만들며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만큼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말살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삼성지회는 굳건히 버티고 있어요. 우리가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동지들이 또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삼성에 맞서 조금씩 승리의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봐요.

삼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인터뷰·정리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