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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면서도 MD로 더 다가가는 박근혜

최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 입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쓰일 만한 무기들을 도입하겠다는 발언이 연달아 나왔다.

10월 14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에 SM-3(스탠다드 요격미사일)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국방부 대변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SM-3와 THAAD 모두 미국 MD의 핵심 무기들이다. 이런 무기들의 도입이 한국의 미국 MD 편입을 의미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만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논란이 커지자, 국방장관 김관진은 무기 도입 계획을 부인하면서 “KAMD가 MD로 편입되는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관진 자신이 14일 “다층 [미사일] 방어를 위한 수단을 연구·개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초에 박근혜 정부는 KAMD는 북한 미사일의 공격에 대비해 하층(고도 10~30km)에서만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이제 중층과 상층(고도 1백km 이상)에서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을 갖추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 MD 참여를 촉구하며 한·미·일이 함께 상층에서 중국·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자고 제안해 왔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이 중·상층 방어체제를 갖추는 것을 명백한 미국 MD로의 편입으로 간주해 왔다.”(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사실, 말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MD 구축에 협력해 왔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의 PAC-3(패트리어트 미사일)와 레이더 등이 한국에 배치됐다.

이명박 때부터 한국은 미국의 해상 MD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미국과 MD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사일 발사 탐지·추적 정보도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은 한국을 MD 협력 국가로 분류해 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이 흐름은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박근혜와 오바마는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즉, 박근혜의 KAMD가 사실상 “미국 주도의 지역 MD 편입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정욱식). 최근 박근혜가 미국에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를 연기하자고 제안하면서, 전작권 환수 연기와 MD 편입을 거래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미국의 MD 구축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들어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총알로 총알 맞추기”식의 MD 기술을 미국이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은 북한·이란 같은 “불량국가” 때문에 MD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우기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중국 같은 강대국들을 겨냥해 핵과 미사일 전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자국 패권을 굳히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

지난 6월에 나온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통합된 MD 네트워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제도화된 집단안보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한·미·일 3각 동맹을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에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압박해 왔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한 것이다. 이는 모두 동아시아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는 노력의 일부다.

‘MD 협력 국가’와 딜레마

박근혜는 미국의 지역 MD 참여를 공식화하는 것은 한사코 피하려 했다. 남한 강경 우익도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MD에 필요한 X밴드 레이더의 백령도 배치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거절했다고 한다.(〈조선일보〉 10월 16일)

그러나 박근혜는 행동에서는 명백히 MD 편입을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급속히 부상했어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기 때문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깝더라도 미국과 맺은 기존의 군사동맹을 포기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 위협’을 계속 부각시키면서 ‘한·미·일 동맹이 남한의 안보 이익과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안팎에서 한반도 유사시 배후기지 구실을 해 줄 괌과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MD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정확히 미국이 한국에 바라는 바다.

한국이 MD에 편입될수록 엄청난 돈을 군비에 써야 할 것이다. 복지 공약은 돈이 없다고 다 뒤집으면서 말이다. 미국은 경제 위기로 군비를 줄여야 하는 처지여서 동맹국들한테 더 많은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예컨대 SM-3는 이지스함 3척에 탑재하는 데만 약 2조 원이 든다. THAAD는 초기 구축 비용에만 약 4조 원(2개 포대)을 써야 한다.

‘다층 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들이 강정에 짓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를 오가는 꼴을 보게 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중국도 군비를 더욱 늘리면서 맞대응에 나설 것이 분명하고, 이는 동아시아 전체에 긴장과 갈등을 더욱 키울 것이다. MD 구축에 대응해, 북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매달릴 게 뻔한다. 즉,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이 더욱 위험해지는 것이다. 일본 핵무장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 돈이 들고 한반도와 그 주변을 더 긴장케 하는 MD를 한반도에 들여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의 MD 협력은 즉시 중단돼야 하고, 이미 국내에 들어온 MD 시설들도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