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된 새 대학 구조조정안을 보면 정부가 내년에 대학 재정 긴축을 본격화하려는 듯하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연구팀은 모든 대학을 평가해 세 등급(상위, 하위, 최하위)으로 나누겠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재정을 차등 지원하고 정원 감축과 부실대학 퇴출을 강도 높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하위 15퍼센트 대학을 선정해 재정 지원을 제한하던 방식에서 크게 바뀌는 것이다.

상위 그룹에는 대학 특성화를 위해 재정을 집중 지원하고 하위 그룹에는 각종 정부재정 지원과 국가장학금을 삭감한다. 최하위 그룹 대학에는 재정을 전혀 지원하지 않아 퇴출시킨다고 한다. 상위 그룹에는 정원 감축을 자진 유도하고 하위와 최하위 그룹에는 정원이 차등 조정된다.

세 그룹의 비율, 재정 지원 삭감 규모, 상위 그룹 정원 감축 방안 등 세부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부의 새 안이 대학 시스템 전반에 구조조정 압력을 크게 높이려는 방안임은 분명하다.

이것은 대학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린 엘리트주의를 강화하고 무엇보다 계급적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다. 정부가 ‘상위’ 대학으로 분류할 그룹은 재정이 비교적 탄탄하고 이름난 대학들로 이뤄질 게 불보듯 뻔하다. 그런 대학일수록 부잣집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노동계급 자녀 비중이 낮다.

사실, 그동안 정부 재정 지원은 이미 소수 상위 대학들에 집중돼 왔다. 2009년 교과부가 대학 1백88곳에 지원한 금액을 보면, 상위 10개 대학에 48.9퍼센트가 지원됐다.

새 구조조정 방안은 이런 차별과 불평등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대학 부실에 책임 있는 사학법인에는 고통이 아닌 특혜를 주려 한다. 법인 해산 시 대학의 잔여재산을 돌려 주려고 사학법 개정을 준비 중인 것이다.

주류 언론은 높은 대학 진학률에 따른 낭비를 개탄하며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에 가도 될 사람과 ‘갈 필요가 없는’ 사람을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엘리트주의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대학의 교육 여건은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OECD 평균보다 한참 낮은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늘려야 한다. 재원은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

지배자들은 재정 부족으로 대학 간 차등 지원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경쟁을 통해서만 대학의 교육과 연구 역량이 강화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지배자들의 고질적 엘리트주의와 경쟁 맹종에서 비롯한 편견일 뿐이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민주당은 수도권 사립대학 정원 감축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지방대의 정원만 크게 줄였고 수도권 사립대학은 도리어 정원을 늘린 것이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 구조조정에서 지방의 서열 하위권 대학들이 더 큰 압력과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열 상위권 대학에서도 구조조정은 교육의 목적을 왜곡하고 구성원들의 고통을 수반하기 십상이다. 폐해는 대학을 경쟁과 수익성 잣대로 평가하는 구조조정의 논리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지 단지 경쟁의 불공정함 때문이 아니다.

전체 고등교육 재정을 크게 늘리지 않고서 경쟁적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면 게임의 룰을 어떻게 짜든 경쟁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할 뿐이다. 대중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개성이 존중되고 비판적 사고가 활성화되는 대학 교육이 가능하려면 대학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이 중단돼야 한다.

정상적 대학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한 대학은 퇴출이 아니라 국립화해야 한다. 부실 재단을 퇴출하고 국고 지원을 통해 국립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립대의 수를 늘릴 뿐 아니라 국립대의 재정 지원도 크게 늘려야 한다. 국립대 기성회비 수당 삭감처럼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게 아니라 국고를 대폭 늘려 학생 등록금을 대폭 낮추고 교육 여건을 향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