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통치의 정당성 문제가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정치·경제 권력을 가진 지배자들은 친일·군사독재의 후예들이다. 지금의 존재와 통치가 정당하려면 그 뿌리도 정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을 일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들은 1987년 항쟁의 성과로 한국사학계에 확산된 관점, 즉 군사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화 운동을 중요하게 다루는, 대체로 좌파 민족주의적인 관점에 반격을 가하고자 한다.

유신의 정치적·생물학적 후예로서 이명박과도 구분되는 ‘정통 보수’ 박근혜의 당선으로 뉴라이트는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박근혜 자신이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하고, 김기춘 같은 유신 망령을 청와대로 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뉴라이트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단순히 ‘교과서 수정 요구’에 그치지 않고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대안 교과서》)를 발간했다. 이번에는 더 과감하게 검정 교과서 채택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왜곡 투성이 ‘역사교과서를 지켜 달라’는 뻔뻔한 우익들. ⓒ이미진

박근혜와 뉴라이트의 ‘밀월’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박근혜는 2005년 뉴라이트전국연합 출범식에서 뉴라이트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8년에는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가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드는 토대”라며 치켜세웠다.

전경련 역시 기존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문제 삼아 왔다. 전경련은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한국현대사학회를 후원해 왔고, 《대안 교과서》 제작 자금을 댔다. 2007년에는 교육부와 손잡고 경제 교과서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내부 단속

이들은 기존 교과서가 ‘한국 경제를 유례 없는 성공으로 이끈 기업인과 대기업의 성과를 주목해 서술하지 않는다’고 불평해 왔다. 사실 기존 교과서들이 ‘좌편향’이기는커녕 매우 친기업·친시장주의적인데도 이걸로는 성에 안 찬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이야말로 이러한 성공을 일군 주인공이고, 경제성장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은 불가피했고 견뎌 내야만 했다는 것이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것은 경제 위기 시기인 지금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 주입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최근 교학사 경제교과서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터무니 없는 왜곡도 했다.

현재의 우파의 역사 왜곡은 계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와 지난 몇년 사이에 더한층 고조된 동아시아 국가 간 긴장을 배경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남한 국가가 처한 위기 때문에 우파와 지배자들은 히스테리컬한 마녀사냥을 일삼는 한편, 역사를 헤집으며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도 경제 위기와 중국의 부상이 낳은 위기감 속에서 우익들이 ‘자학사관’을 비판하며 역사 왜곡을 본격화했다. 이것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식으로 사상적 내부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머릿속을 통제해 우파 지배를 유지하겠다는 저들의 불순한 시도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