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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과 공동행동

국민행동과 공동행동

한국인 참수 사건의 여파로 앞으로 당분간 반전 여론과 반전 행동의 간극이 메워지기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리 되면, 대중 행동보다 여론 형성이 주요 관심사인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선전주의적 관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 동안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주요 NGO들의 주도로 국회의원 로비와 지도부 농성 등의 활동에 주력해 왔다. 그나마 파병지와 파병 규모, 성격에 대한 논란에 너무 휩싸인 면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군 파병 사실 자체가 미국에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의미가 있다. 스페인 등 동맹국들이 하나둘 철수하는 마당에 아시아 국가가 파병한다면 이라크 전쟁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국회 로비를 더욱 강화하고 팔루자 학살 항의 행동과 6․13 세계경제포럼 반대 서울 항의행동을 거들떠보지 않기로 했다.
물론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때때로 대중 행동도 조직했으나 우연적이었다. 즉, 특정 정세가 촉발한 대중의 분노가 자생적 행동을 일으킬 듯할 때 허겁지겁 대중 집회를 준비하는 식이었다. 레닌은 이를 추수주의, 즉 “대중 뒤꽁무니 좇기”라고 불렀다. 목적의식적․계획적 선동과 장기간의 준비는 여론 형성을 위한 각종 소수 행동보다 뒷전이었다.
반전평화공동행동은 바로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파병반대국민행동 안에서 일부 소속 단체들이 만든 공동전선 안의 공동전선이다. 그러나 ‘노동자의힘’ 등이 노동자주의의 유산 때문에 반전 행동에 완전히 굼떠, 반전평화공동행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거의 기적이었다.
그러나 파병반대국민행동이 대중 행동 건설 기회를 놓쳤을 때, 그 대신 미리 준비해 온 반전평화공동행동이 그런 행동을 건설하려 하는 것을 격려하기보다는 마뜩치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양측의 관계가 긴장되곤 했다.
반전평화공동행동이 감히 희망했던 ‘반전 운동 내 반제국주의 운동 구축’이라는 점도 난관에 부딪혀 왔다. 앞서 말했듯이 ‘노동자의힘’은 노동자주의의 유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대항지구화행동’은 반자본주의적이긴 하지만 소규모인 데다 최근엔 (설득력 없는) 네그리 자율주의의 ‘제국’론 입장에서 ‘다함께’의 반제국주의 입장을 비판한다.
이제 새로운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반전 운동은 이런 상황을 종식시키고 더 넓은 단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
최일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