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0억 성인 인구 중 단 8.4퍼센트가 전체 부의 83.4퍼센트를 갖고 있다(예금·주식 등 금융 자산과 실물 자산을 합한 가계 자산 기준). 전 세계 인구 중 세 명 중 두 명은 순자산이 1만 달러도 안 되고, 수십억 명은 아예 순자산이 없다.

이것은 연소득이 아니라 자산만 친 통계다. 성인 32억 명은 사실상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반면 1백만 달러[약 10억 6천만 원] 이상을 소유한 3천 2백만 명은 전체 부의 41퍼센트에 해당하는 98조 달러[약 10경 4천조 원]을 갖고 있다. 전 세계 ‘떼부자’ 9만 8천7백 명은 자산이 5천만 달러[약 5백30억 원] 이상이고, 이 중 3만 3천9백 명은 1억 달러[약 1천억 원] 이상이다. 이 부자들 중 절반은 미국에 산다.

이 모든 내용이 앤서니 셔록스와 짐 데이비스가 작성하고 크레디트스위스(CS)가 발행한 ‘2013 세계 부 보고서’에 나와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두 명의 교수들은 세계의 부가 작년보다 4.9퍼센트 늘어난 2백41조 달러[약 25경 6천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개중 미국 회계치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성인 1인당 평균 자산도 5만 1천6백 달러[약 5천5백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분배는 미친 듯이 불공평하다.

어떤 의미에서 이 보고서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작성자 중 한 명인 셔록스가 2010년에 작성한 UN 보고서에도 부의 불평등에 대해 사실상 같은 내용이 실려 있고, 브랑코 밀라노빅도 몇 차례에 걸친 세계은행 연구로 비슷한 수치를 밝혀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것 중 흥미로운 점은 세대를 불문하고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이동이 거의 혹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87퍼센트는 계속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자는 가난한 대로) 현상을 유지했으며, 부의 사다리를 올라가거나 내려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느 나라를 봐도 이런 불평등이 잘 드러난다. 영국의 경우, 전체 가계 자산의 총합(개인 연금 자산 포함, 국민연금 자산 제외)이 10억 3천만 파운드[약 1경 8천조 원]이다. 이 중 상위 10퍼센트 가계 자산의 합이 하위 50퍼센트 가계 자산의 합보다 4.4배나 많다. 상위 20퍼센트 가계가 전체 가계 자산의 62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번 보고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둥의 말이 신화임을 밝힌다. 미국 성인의 3분의 2는 소득 10분위가 부모와 같았다.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소수 개인이 거지와 부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긴 했지만, 다수는 일생에 걸쳐 자기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 자산 수준에 따라 전체 인구를 5분위로 나눠 보면,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10년이 지나도 자산 수준이 그대로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소한 전체의 3분의 1 정도는 30년 후에도 자산 수준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5년 후인 2018년에는 세계 전체의 부가 334조 달러[약 35경 3천억 원]에 이르러, 지금보다 거의 40퍼센트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전체 자산에서 21퍼센트에 불과한 신흥 시장이 성장해서 전체 성장분의 29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것이며, 개중 중국의 성장이 신흥 경제의 자산 증대의 거의 50퍼센트를 차지할 것이라고 봤다. 중산층의 성장이 자산 증대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백만장자의 숫자도 향후 5년 간 현저하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계급 사회는 극도의 자산·소득 불평등을 조장해 왔다. 봉건 지주건, 아시아적 군벌이건, 잉카와 이집트의 사제 계급이건, 로마 노예 소유주건 간에 부유한 엘리트 계급은 노동으로 생산한 잉여가치의 통제권을 빼앗아 온 것이다. 

이전의 계급 사회에서는 이를 자연스러운 일이고 ‘하느님이 주신 권리’라고 봤다. 자본주의에서는 자유 시장, 등가 교환, 기회의 평등을 말하지만, 현실은 이전의 계급 사회들과 다를 바 없다.

출처: 마이클 로버츠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