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국정원장 남재준이 국정원 개혁을 요구해 온 수만 명의 촛불에게 보란듯이 ‘개악’안을 내놨다. 정치 개입 말랬더니 되려 “대공수사 강화”로 답했다. 이는 촛불운동을 주눅들게 만들어 국정원 규탄 운동을 무사히 빠져나가려는 수작이다.

국정원은 이미 예전부터 ‘대놓고 거꾸로’ 행보를 걸어 왔다.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이 커지자 국정원은 이른바 ‘NLL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해 물타기를 시도하고 ‘내란 음모’ 사건을 터트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마녀사냥했다. 그러자 우파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것에 ‘종북’ 딱지를 붙이면서 저항의 목소리를 틀어 막으려 했다.

박근혜는 이런 마녀사냥을 연막 삼아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 공약을 대량 ‘먹튀’할 수 있었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시기에 재벌들의 뒤를 봐주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공약 뒤집기를 밀어붙일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운동을 억누르기 위한 노골적인 반동 정책 또한 계속 시도될 것이다.

반동

그러나 이들이 벌이는 마녀사냥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별다른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더라’ 수준의 의혹을 빌미로 검찰 총장 채동욱을 찍어 냈고, 청와대 안보실장 김장수와 국방부가 ‘노무현의 NLL 포기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NLL 대화록’이 마녀사냥용 무기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사실 이런 자들이 ‘법과 질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역겨운 일이다. 삼성 ‘떡값’ 의혹을 받고 있는 법무부 장관 황교안과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 자녀 병역비리 문제 등을 보라.

그런 점에서 지난 〈레프트21〉 113호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강화 계획을 비판하는 기사가 빠져 있어서 아쉬웠다. 국정원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의 태생적 정당성을 공격하는 쟁점이므로 꾸준히 폭로해야 한다. 또한 국정원을 넘어 보훈처, 국방부의 조직적 정치 개입과 법무부의 외압설까지 폭로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정원 정치 공작을 규탄하는 촛불도 계속 타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