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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첫 부분 파업에 나선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의 청소·설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인천공항에서 열린 집회에는, 합법적 쟁의권을 얻은 청소·설비 지회뿐 아니라 전력·탑승교·부대교통 등 다양한 지회의 노동자 7백여 명이 모였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나선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소은화

인천국제공항은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작업장이다. 공항을 운영하는 노동자의 87퍼센트가 간접고용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저임금으로 고통받아 왔는데, 평균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38.3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10년을 일해도 1년차와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

고용도 불안하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바뀔 때는 물론이고, “몸만 아파도 바로 사직서를 써야” 했다. 최근에는 13년 근속한 노동자가 근무 시간에 과일을 깎아 먹었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근무 조건도 매우 열악하다. “공항 시설은 계속 늘어났는데, 일하는 인원은 그대로다. 나는 하루에 화장실 72칸을 청소한다. 사람을 더 배치해 달라고 애원해도 그냥 참으라고만 한다.”

그래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안정·근속수당 신설·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업체별 인원수, 임금, 근무 형태를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있는 ‘진짜 사장’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나서야만 한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불법파업’ 운운하며 협력업체를 방패 삼아 협박과 탄압만 일삼고 있다.

심지어 부분 파업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협력업체에 “불법행위”에 참여한 “근로자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고용승계 확약서

이런 문제들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간접고용 노동자의 규모와 비중이 2배가량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간접고용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 인천공항 경비 노동자가 낸 불법파견 소송에서 인천공항공사 편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쟁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 공항 안에서 노동자 수백 명이 집회를 하는 것은 ‘공항 이미지 실추’라는 타격을 줄 수 있다.

최근 새로 들어온 한 협력업체는 토목지회 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 확약서를 써 주지 않으려 버티다가, 노동자들이 부분 파업에 돌입하자 확약서를 써 줬다.

앞으로 청소·시설 노동자들뿐 아니라 추가로 쟁의권을 획득한 지회의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