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교사들이 정부의 개악 조처에 맞서 반년째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2012년 12월에 임기를 시작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여당 제도혁명당(PRI)은 우파 야당 국민행동당(PAN)과 손잡고 국영석유기업 페멕스(PEMEX) 민영화, 복지 예산 삭감, 식료품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개혁’안을 내놨다.

이 조처들과 함께, 정부는 “교육 전문화” 기치를 걸고 일련의 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공교육 민영화, 일제고사·교원평가 도입, 교육예산 삭감이 핵심 쟁점이었다.

새 제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3년에 한 번씩 일제고사를 쳐야 하고, 이 성적에 따라 교원을 평가해 담임 교사들이 감봉되거나 심지어 해고까지 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정년을 폐지하고 3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이 개악은 수업 커리큘럼에도 영향을 줬다. 주로 원주민 거주 지역에서 지역적·인종적 특색에 맞게 짜여졌던 수업 커리큘럼은 축소·폐지 압력에 직면했고, 일제고사 시험 대비 위주의 “전문적” 교육 과정을 도입해야 했다.

이 조처들은 의회에 상정되기 전부터 여론의 광범한 반발에 부딪혔다.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공격받은 교사들뿐 아니라, 교육예산 삭감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 전기세와 수도세를 직접 내게 된 (페냐 니에토는 가증스럽게도 이를 “학교 자주관리”라고 불렀다!) 노동계급 학부모들도 개악안에 반대했다. 거대한 분노에 두려움을 느낀 국회의원들은 2월 26일 한밤중에 군경 수천 명이 의사당 주변을 지키게 한 채로 개악안을 가결했다.

정부는 조합원이 1백50만 명이나 되는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노동조합인 전국교사노동조합(이하 SNTE)도 공격했다. 정부는 교사 임용에 대한 노동조합의 개입 권리를 박탈하고 SNTE 위원장 고르디요를 구속했다. 중도 좌파 야당 민주혁명당(PRD)이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바람에 SNTE가 총파업 호소를 자제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신호탄 

“썩어 빠진 것은 교육제도다. 교사들을 탓하지 마라” 9월 11일 멕시코시티에서 파업 행진을 하는 교사들 ⓒ사진 출처 ENEAS (플리커)

교사들은 SNTE 내 좌파적 노동자 그룹인 전국교육노동자조정위원회(이하 CNTE)를 주축으로 투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개악이 긴축의 신호탄이며, 따라서 노동계급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옳게 주장했다. 그들은 동료 교사들뿐 아니라 학부모, 학생들에게도 연대를 호소했다.

CNTE는 ‘개혁’의 반노동계급적 본질을 폭로하며 노동계급의 투쟁을 호소했다. CNTE는 페멕스가 민영화되면 정부는 복지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며 교사들이 페멕스 민영화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식료품 부가가치세 인상이 학교 급식뿐 아니라 노동계급 가정의 식탁도 공격하는 것이라며 건강하고 저렴한 식료품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싸우자고도 주장했다.

4월부터 CNTE 소속 교사들을 필두로 교사 파업이 시작됐다. 가난한 원주민이 많이 사는 산악 지방 헤레로 주(州)의 교사들을 필두로, 미초아칸 주의 교사들과 사파티스타 봉기로 유명한 치아파스 주의 교사들도 차례로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교사 수만 명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소칼로 광장을 점거하고,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며 힘을 과시했다.

8월이 되자 교사들은 개학을 거부하고 전면 파업을 확대해 나갔다. 2006년에도 오아하카 운동을 주도했던 오아하카 주의 교사들이 개학 거부 투쟁에 동참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투쟁은 새로운 활기를 띠었다. 교사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뿐 아니라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도 자신의 요구를 걸고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부문을 넘어 많은 노동자들이 교사들의 파업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다.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은 전국의 투쟁이 모이는 구심점이 됐다. 심지어 멕시코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베라크루스 주(州)의 교사 1만 명도 파업을 선포하고 광장 점거에 동참했다. 교사들이 국제공항과 멕시코시티를 잇는 고속도로를 봉쇄하자, 투쟁의 전투성은 한껏 고조됐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폭력으로 대응했다. 9월 13일, 전경 수천 명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소칼로 광장 점거를 진압했다. 멕시코 독립 기념 주간(9월 15~16일)에 노동자들이 수도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진압 과정에서 교사 수십 명이 다치고 연행됐다.

혁명기념탑

CNTE는 정부의 공격에 투쟁을 확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점거는 멕시코시티 혁명기념탑 앞으로 옮겨가 최대 2만 명이 함께하는 농성으로 이어졌다. CNTE 지도부는 전국 각지의 대도시 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9월 말, 교사 다섯 명이 우익 깡패들에 살해당한 사건도 교사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10월 3일, CNTE는 교사들뿐 아니라 페멕스 민영화에 반대하는 석유 노동자들, 대중교통노동조합, 4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하고 계속 투쟁 중인 멕시코전기노동자노동조합(SME) 등 1백70개 노동조합 대표단과 함께 ‘멕시코를 지키는 애국적 노동조합들’(이하 UPRN)이라는 연대체를 결성했다.

UPRN은 10월 12일에 수도 멕시코시티와 전국 27개 주에서 정부의 복지예산 삭감과 세제 개악에 맞서는 공동 행동을 조직해 함께 행진했고, 19일에는 전국 여러 고속도로의 도로 요금소를 점거하고 정부의 세제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모든 자동차를 무료 통과시켰다. 이들은 10월 20일 민중의회를 기점으로, 긴축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어떻게 승리할지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CNTE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에서 비슷한 요구를 걸고 투쟁하는 교사들과 국제 연대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성장하는 노동계급 투쟁에 맞서 멕시코의 세 주류 정당은 세제 개악도 추진하는 등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멕시코 교사들이 전투적으로 투쟁을 확대하려 노력한 덕에, 페멕스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 등 긴축에 맞선 여러 노동자들의 투쟁도 힘을 받아 성장하고 있다.

멕시코 교사들의 계속되는 투쟁은 멕시코를 넘어, 박근혜 정부 치하 남한 노동계급의 투쟁에도 많은 영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