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올해 내내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그 한계를 보여 왔다. 우파의 ‘종북’, ‘대선 불복’ 프레임에 말려 NLL 대화록 물타기,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등에 굴복해 왔다.

우파가 이런 공격들을 통해 각인시키려 해 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바로 반공주의적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 질서를 뜻한다.

냉전 초기 독일 헌법에서 베낀 것이라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개념과 용어가 한국에서는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한 김기춘이 지금 정권의 실세라는 것도 시사적이다.

이 자본주의 지배 질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이해관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최근 대선 불복론에 맞설 새 프레임이라고 들고 나온 ‘헌법 불복론’이 진보세력에게 그다지 쓸모 있는 것이 못 되는 까닭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우익이 ‘헌법’ 운운하며 방방 뜨고 있는 것을 보라.

헌법이란 그 나라 통치자들이 서로 약속한 활동 규칙들의 총체다. 다만 그것을 만들고 개정할 때 당시의 계급 세력균형이 일부 반영될 뿐이다. 그래서 군사독재가 강력할 때 만든 유신헌법보다는 1987년 노동자·민중의 항쟁의 여파로 개정한 헌법이 조금 더 민주적인 것이다.

모순

그럼에도 그 계급적 본질 때문에 ‘87년 헌법’조차도 일관된 체제 수호 논리를 기초로 해, 노동자·민중의 민주적 권리에 대한 서로 모순된 규정들이 조합돼 있다.

어느 조항들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하지만, 또 다른 조항들은 ‘국가안보’란 명목으로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자의적 제약을 가능하게 해 놓았다. 가령 국가보안법의 최악의 독소조항인 제7조는 헌법 제37조 2항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진보당 해산 청구 건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2백여만 명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이 여섯 명인 진보정당을 최고위 권력자들 몇 명이 없앨 수 있는 게 대한민국 헌법이기도 하다.

물론 헌법의 모순된 조항을 이용해 법적 투쟁에 활용하고, 저들 논리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와 노동운동의 정치적 정당성 자체를 헌법에서 찾거나 우파의 공격에 맞서는 방패로 삼는 것은 자기 모순을 잉태하는 것이다.

모순된 ‘헌법 가치’들로는 당장 공격받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진보당 등에게 진정한 변호 논리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기는커녕 민주당의 헌법수호론은 우파와 새누리당에게 자신들의 체제 수호적 ‘결백’을 인정받으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진보당 해산 심판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이석기법’*이나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논의에 새누리당과 발을 맞추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광범한 대중을 생각해 비판할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개혁주의의 발로일 뿐 아니라 민주당과의 계급연합의 발로이기도 한 헌법 의존론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게는 헌법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익’이 민주적 권리 보장을 위한 핵심 근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