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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안전을 무엇이 위협하는가?

식품 안전을 무엇이 위협하는가?

장호종

식품 문제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제기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문제 가운데 하나다.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은 1999년 시애틀에서, 그리고 2003년 칸쿤에서 농업 협상을 추진하려던 WTO와 중요한 전투를 치렀고 회의를 무산시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음식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저질 식품 때문에 사람들이 병에 걸리거나 죽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식품 생산이 몇몇 거대 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12억 명이다. 거의 일 년 내내 기아 어린이 돕기 운동이 벌어지지만 식량 부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지배자들이 식량 과잉생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안 미국 어린이의 8.5퍼센트가 굶주리고 있고 20.1퍼센트가 굶주림의 위협에 처해 있다.
분명 지난 수십 년 동안 식량부족은 식량 과잉생산과 공존해 왔다.

맥도날드

굶주림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도 먹을거리는 좀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다.
화려한 포장지로 밀봉돼 있는 식품들이 대형 할인 마트의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ꡐ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ꡑ이다.
쓰레기 단무지로 만든 만두나 납이 들어있는 꽃게, 공업용 우지로 만든 라면, 포르말린이 들어 있는 골뱅이 통조림처럼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ꡒ불량․불법 식품ꡓ을 제외하더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합법적으로 생산된 식품들도 우리의 몸을 망치고 있다.
생수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2퍼센트씩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수돗물이 아니라 생수를 주된 식수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생수병 다섯 개당 하나에서 발암 물질이나 신경독성 물질이 검출됐다. 인도의 과학환경센터는 2003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생산한 생수에서 상당한 양의 살충제를 발견했다.
2001년에 한 사람이 마시는 탄산음료는 197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같은 기간에 청소년들은 세 배나 뚱뚱해졌다. 전 세계 상위 10개 청량음료의 80퍼센트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펩시콜라 캔을 하루에 두 개 이상만 마시면 카페인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주요한 원인으로 탄산음료가 거론되고 있다.
육류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2~3년 주기로 광우병이 유행하고 공장식 목축업으로 조류독감․돼지콜레라․구제역․브루셀라 병 등 수많은 질병이 횡행한다. 병든 고기를 먹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가축전염병 자체도 인간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
급속히 번지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가축에게 투여되는 항생제는 동물의 몸을 통해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미국에서 질병 치료가 아닌 목적으로 가축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은 인간에게 투여되는 양의 8배에 달한다. 항생제에 죽지 않는 세균이 동물과 사람의 몸에서 자라나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고기 패치의 일부분은 이런 고기로 만들어진다. 패치의 나머지 부분도 쓰레기 만두에 들어간 것들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는 것들이다.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젖소에 투여되는 성장호르몬 때문에 전체 젖소의 25퍼센트가 유방암에 걸리고 죽을 때까지 젖을 짜내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다. 그리고 고름과 항생제가 듬뿍 담긴 우유는 고온(혹은 저온)살균으로 ꡒ위생 처리ꡓ돼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네슬레와 카길이 생산하는 분유는 이런 것들로 만들어진다. 이들이 판매한 분유 때문에 적어도 1천5백만 명의 아프리카 아기들이 탈수와 영양실조로 죽어갔다.
저질 육식으로 급증한 심장병,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비만, 결장암 등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지난 20년 사이에 3배나 늘었다. 과다 영양섭취에도 불구하고 영양실조(불균형)에 걸려있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2억 명에 이른다.
ꡒ캘리포니아 오렌지는 장마철에도 곰팡이가 절대 생기지 않는다.ꡓ 왜냐하면 오렌지 표면에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한 왁스를 바르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캘리포니아의 썬키스트 레몬 처리장에서 고엽제의 주성분인 2․4D를 레몬에 살포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된 적이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렇게 처리된 1천여 종의 과일과 곡물이 훨씬 더 자유롭게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다. 칠레 과수농장의 대부분은 미국계 농산업체가 소유하고 있다.
5대 곡물 메이저(카길, 컨티넨탈, 루이드레퓌스, 분게, 앙드레)가 전 세계 곡물 수출의 약 85퍼센트를 차지하고 한국 곡물 교역량의 60~70퍼센트를 대고 있다. 이들이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농산물 생산법은 더 커다란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종자들이 환경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조차 어렵다. 2000년에 스타링크라는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인체에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적이 있다. 하지만 2003년 유전자변형 식물의 재배 면적은 오히려 1996년의 40배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유전공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ꡒꡐ공학ꡑ이라는 단어는 도로, 교량, 빌딩을 연상시킨다. 세밀한 시방서에 따라 디자인하고 건설한. 하지만 … 유전공학 기술은 그런 식으로 되지 않는다. 학자들은 유전인자들을 세포 속으로 집어넣기 위해 심지어 분자 산탄총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은 인자가 어느 구석에 처박히는지 알 도리가 없다.ꡓ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안전하다는 선전이 넘쳐나지만 보험회사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생산하는 어느 기업과도 보험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누가 결정하는가

현재 식품체계의 가장 큰 모순은 극소수 기업 이사회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전 지구적인 식품체계가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10대 생명산업 기업이 2002년 현재 농화학 시장의 80퍼센트, 종자의 3분의 1, 식음료의 37퍼센트, 제약의 53퍼센트, 생명공학․유전자조작 기술의 54퍼센트, 동물 제약의 62퍼센트, 식품 소매의 57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상위 5대 기업이 전 세계 바이오테크 특허의 71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듀퐁 사의 슬로건은 ꡒ흙에서 식탁까지ꡓ[우리가 통제한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결정에 참여할 권리도, 그들을 선출할 권리도 없다.
각국 정부는 이런 대기업들을 적극 후원해왔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둘러싸고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은 점점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관계가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아예 인적 구성도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WTO가 식품안전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고 있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미국 대표단에는 미국식음료업체협회, 식품판매연구소, 미국냉동식품연구소, 식품가공협회, 곡물식품가공협회 등의 대표자들뿐 아니라 네슬레, 코카콜라, 펩시, 허쉬, 랄스톤 퓨리나, 크래프트 등의 기업 임원들도 포함돼 있다.
WTO 체제의 등장을 알렸던 우루과이라운드 초안을 작성한 다니엘 암스루츠는 카길에서 일했고 전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미키 캔터는 현재 몬산토의 이사다.
몬산토의 대표 제임스 엔야드는 ꡒ지금까지 세계의 산업계와 무역계는 환자이자 동시에 진찰 전문 의사이고 처방 의사로서의 여러 역할을 수행해 왔다.ꡓ고 말했다.
다국적 식품기업들과 농화학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어떤 식품이 얼마나 생산되는지 정확히 알지만 얼마나 ꡐ필요ꡑ한지는 관심 없다. 자본주의의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고 팔아치우는 것만이 식품 산업의 최대 목표다. 서로 경쟁하는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농업이나 안전한 식품은 부차적 관심사일 뿐이다.
자본주의는 아수라처럼 여러 개의 ꡒ보이지 않는 손ꡓ 중에서 신자유주의라는 가장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주무르고 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병에 걸리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이며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식량생산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아수라를 쓰러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