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프랑스 브리뇰에서 치러진 지방의회 보궐선거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이하 FN) 후보가 승리했다. FN의 후보는 1차 투표에서 40퍼센트 이상 득표하고, 결선 투표에서는 54퍼센트를 득표했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FN의 지지율이 1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브리뇰에서 현직 시장을 배출하고 2011년 지방선거에서 31퍼센트를 득표한 공산당 후보는 사회당의 지지를 받았으면서도(사회당은 출마하지 않았다) 1차 투표에서 겨우 14.6퍼센트를 득표해 3위에 머물렀다.

브리뇰 선거에서 FN이 승리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좌파가 FN 성장의 토양인 인종차별에 확고히 반대하지 못했다. 프랑스에는 무슬림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과 로마인 등이 많고, 특히 브리뇰은 광산업이 아직 호황이던 1980년대까지 이주민이 많이 유입된 곳이다. 공산당 등 좌파가 인종차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한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의 투표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

둘째, 그동안 집권세력인 사회당을 지지해 온 좌파에 유권자들이 징벌적 투표를 한 것이다. 사회당은 그동안 ‘포퓰리즘’을 반대한다면서 긴축을 추진하며 유럽연합을 옹호했고, ‘극단주의’를 반대한다며 무슬림을 탄압했다.

원래 사회당의 올랑드는 지난해 대선에서는 강력한 반긴축 정서 덕분에 당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보루인 유럽연합을 옹호하며 긴축을 추진한 것은 프랑스 대중의 염원에 대한 배신이었다. 2005년 유럽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다수 나왔을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유럽연합에 대한 반감이 크다. 공산당은 이런 사회당의 꽁무니를 좇았다.

희망

그러나 희망도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의 인종차별적 강제추방 정책에 항의해 프랑스 학생들이 벌인 강력한 시위가 그 희망을 보여 준다.

본지(114호)가 보도했듯, 10월 중순 프랑스 정부가 이주민 학생 두 명을 강제 추방하자 프랑스 학생들은 학교를 점거하며 강력하게 항의 시위를 벌였다. 중등학교 수십 곳에서 점거 투쟁이 시작된 10월 17일에는 파리에서만 7천 명이 거리 행진을 벌였다.

프랑스 정부는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올해 상반기에만 로마인을 1만 명 이상 강제 추방했다. 이번에 이주민 학생들을 강제 추방한 것도 이런 인종차별적 정책의 일환이었다. 특히 강제추방된 학생 중 한 명은 통학버스 안에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끌려갔다. 정부의 이런 반인권적 행위는 학생들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올랑드는 추방된 학생 중 한 명의 귀국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돌아올 수 없다고 해 빈축을 샀다.

프랑스 학생들에게는 위대한 투쟁 전통이 있다.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결합되며 프랑스 사회를 혁명 직전 단계까지 몰아붙였던 1968년 항쟁을 촉발했고, 2006년에는 악질적 신자유주의 정책인 최고고용계약법(CPE)의 도입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주민 학생 강제추방에 맞선 프랑스 학생들의 시위는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강력한 반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리고 이 반대 운동은 인종차별을 먹고 자라는 파시즘에 대한 간접적인 반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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