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백 시간에 가까운 노동, 월 평균 21시간의 무보수 노동,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 상습적 임금 체불, 강제 노동, 폭행과 폭언, 두 명 중 한 명 꼴로 산재 피해, 냉난방도 안 되는 최악의 가건물 기숙사, 추방 위협 ….

이 목록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일부 나열한 것이다. 여기에 여성이라면 성추행과 성폭행의 공포가 추가된다.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이주노동자는 이와 비슷한 처지를 겪지만, 농축산업은 노동법이 부분적으로만 적용되는데다 일터와 주거 공간이 고립돼 있어 실태가 훨씬 처참하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여성노동자 비중이 다른 분야보다 세 배가량 높아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심지어 농장주들은 ‘품앗이’라며 이주노동자를 무보수로 돌려 쓰고, 농한기에는 월급을 안 주려고 다른 곳에 보내 일을 시킨다. 이 일이 적발되면 ‘불법 취업’으로 그 책임을 노동자가 뒤집어쓰고 추방된다. 정부는 이런 실태를 잘 알지만, 감독·규제는커녕 되려 이 분야의 인력 도입을 늘리고 있다.

귀국보증예치금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혹한 조건을 견디지 못해 직장을 옮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거나 방법을 찾지 못해 도망쳐 나오면서 비자를 잃는다. 그러면 정부는 이들을 단속해 추방해 버린다. 또한 미등록 이주자 단속을 강화하고 직장 변경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비대위 위원장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려 7년째 이주노조 설립 인정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또, 정부는 이주노동자 송출 국가들에게 노동자들의 직장 이탈이나 미등록 체류를 막도록 압박을 가한다. 정부는 해마다 미등록 이주자 발생 비율을 집계해 이 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인력 도입을 금지시킨다. 그래서 인력 송출이 금지된 베트남 정부는 최근 한국으로 가는 노동자에게 5백60만 원을 강탈하는 ‘귀국보증예치금’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는 이토록 야만적이고 체계적인 차별이 ‘자국민을 우선시’하는 당연한 정책이라고 뻔뻔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로 실제로는 득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에 인종 차별과 분열만 부추겨 계급의 단결을 약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방어하고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