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사장 최연혜가 ‘2015년 흑자 전환’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복사지 한 장도 아껴야 한다”며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매년 1천억 원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는데,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중요하게 포함됐다.

구조조정은 민영화의 핵심 효과 중 하나다 10월 26일 철도ㆍKTX 민영화 반대 3차 범국민대회. ⓒ이미진

이미 철도공사 측은 노동자들에게 적자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특히 내년 임금을 동결하고, 임금 인상 효과를 내는 자동근속승진제도 폐지하려 한다.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 삭감인 셈이다.

심지어 사측은 최근 인건비를 더 줄이겠다며 ‘시간외 근무, 대체근무 금지’ 지침을 내렸다. 이는 업무량은 그대로 두고 시간만 줄여, 수당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고양의 KTX 정비 부문(차량)에서 지부장 농성과 집회 등 투쟁이 시작됐고, 서울지역의 차량지부들도 조만간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양차량지부의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력이 너무 부족해 시간외 근무로 그나마 간신히 차량 검수를 해 왔다. 그런데 이번 조처 때문에 검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차량이 운행되고 있는 판이다. 인력충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역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불만이 높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최명호 국장은 “이미 인력을 감축해 고작 두 명이 근무하는 역들이 많은데, 누가 병가나 휴가라도 내면 한 명이 전체 업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올해에만 두 차례나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무산된 중앙선 여객열차, 화물열차의 1인 승무도 다시 추진하려 한다. 이와 함께 정년 퇴직에 따른 인력 부족을 방치하는 방식으로 전체 정원을 1천1백 명 줄이겠다고 한다.

공사 측은 내년 신규채용의 10퍼센트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는 등 노동유연화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모든 점들은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최연혜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잘 보여 준다. 최연혜는 안전에 관해서는 “0.01 퍼센트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고 발생시 무조건 직위해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인력 부족과 비정규직 확대야말로 그간 빚어진 각종 사고의 주범 중 하나다.

일벌백계

무엇보다 일벌백계식 조처는 노동자들을 위축시켜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기만 할 것이다. 이는 이미 2012년에 철도공사 측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휴먼에러조사위원회’가 지적한 바이기도 하다. 이 위원회는 안전을 위해 징계 등 처벌에 의존하지 말고, 기관사들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안전 설비·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철도노조 박흥수 정책팀장에 따르면,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노동자 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전제로 안전 시스템을 개편해 효과를 봤다.

따라서 지금 최연혜가 ‘안전 확립’ 운운하며 현장 통제를 강화하는 진정한 목적은,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임금·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을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연혜가 추진하는 일련의 공격들은 바로 정부가 민영화를 통해 내려는 효과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최연혜의 구조조정과 현장 통제 강화에 맞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 철도 노동자들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1986년 말 철도 민영화에 앞서 집중적으로 근무기강 잡기에 나서며, 노동조건 후퇴, 비정규직 확대, 사무소 통폐합과 지방선 폐지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런데, 당시 노조들은 이에 효과적으로 맞서지 못했다. 이는 민영화 반대 투쟁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따라서 민영화 반대 파업을 힘있게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벌어지거나 예고되는 구조조정과 현장 통제에 맞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특히 직종별 노동조건 등의 차이 때문에 대응도 천차만별일 수 있는데, 노조 전체 차원의 대응을 조직해 노동자들의 투지와 사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