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신임 사장 최연혜가 최근 “먼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정부에] 건의할 것은 당당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 확고한 긴축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수서발 KTX 법인 분리에는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내심 KTX 민영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수서발 KTX 민영화에 열을 올려 온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거듭 ‘연내에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고, 최근에도 ‘12월 초까지 철도공사 이사회를 열어 수서발 KTX 신설 법인의 출자를 결의하라’고 촉구했다. 국토부는 최연혜가 당선하자마자 ‘정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경영계약서에 사인하라고도 주문했다. 최연혜는 두 달 내에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가 KTX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수서발 KTX와 같은 덩치 큰 핵심 간선을 민영화해 철도산업 전반에 수익 경쟁, 비용절감 등 시장개혁의 효과를 높이고, 이를 지렛대 삼아 공공부문 전체에 신자유주의 구조개편을 확대하려 한다.

또 이 사업에 군침 흘리는 재벌·기업주 들에게 안정적 수익처도 보장해 주고자 한다. 그래서 수서발 KTX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최연혜가 이런 정부를 완전히 거스를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최연혜는 민영화 자체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철도공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견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즉, 요금 인상, 인력감축, 공공서비스 후퇴 등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철도공사 경영진으로서 수서발 KTX 같은 알짜배기 흑자노선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경쟁력’ 확보

게다가 최연혜는 지방 적자선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그저 ‘검토한 바 없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사실 최연혜가 강력하게 의지를 드러낸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안 그래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온 지방 ‘적자선’은 팔아치우거나 용도 폐기할 개연성이 높다. 철도공사 측은 이미 최연혜 취임 전에 8개 적자선 민영화 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한 바도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결국 최연혜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은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철도공사 지분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이는 그간 철도공사 측이 추구해 온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옳게 지적했듯, 철도공사의 초기 지분이 얼마가 되든 이는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다. 법인이 분리되면,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적자 노선을 지원할 수 없게 되고, 나머지 사업 분야들에서 요금 인상, 투자 축소, 구조조정 확대 등의 압력도 가중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최연혜는 지금 전방위적 구조조정을 천명하며 철도공사 내부에서 체계적인 시장화 조처를 확대하고 있다. “인건비 40퍼센트 경감” 등을 내세우며 실질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등에 팔을 걷어붙이고, 1인 승무제 등 인력 감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공격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킬뿐 아니라, 안전 사고 위험을 높이고 공공서비스를 후퇴시킬 것이다. 시장화와 민영화 사이에는 만리장성이 있는 게 아니다.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철도노조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공격에 맞서며 12월 예고한 민영화 반대 파업 등 투쟁 조직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