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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반대 서울 행동이 남긴 것

세계경제포럼 반대 서울 행동이 남긴 것

ꡒ아시아 회담이 큰 저항과 맞닥뜨리다.ꡓ 이것은 〈아시아 타임스〉가 세계경제포럼 반대 서울 행동을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의 폭스, CBS, ABC 등의 TV 방송과 〈뉴욕 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등도 6월 13일 서울 행동을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스 등의 유럽 나라들과 콜롬비아 등의 남미 나라들, 그리고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나라에서도 서울 시위가 보도됐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자본주의 세계화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서울 행동 소식은 분명 힘이 나고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반대하는 서울 행동은 몇 가지 점에서 아주 의미 깊었다.
첫째, 6월 13일 시위는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이 결합됐다. AP 통신은 시위대가 ꡒ한국 정부가 3천6백 명의 군대를 이라크에 보내겠다는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ꡓ는 점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둘째, 서울 행동은 ꡒ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의 계기ꡓ(〈오마이뉴스〉)가 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무현의 경제 계획들을 폭로하고 규탄했다. 많은 이들이 노무현의 ꡒ동북아 허브ꡓ가 민간의료보험을 부추길 병원영리법인화를 뜻하고, 노무현의 ꡒ기업 하기 좋은 나라ꡓ는 분양원가 공개 금지를 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 시위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반자본주의 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항상 국가 탄압이 동원됐듯이 노무현도 신라호텔에서 벌어질 시위를 막으려 삼엄한 경비를 지시했다.
언론들은 그 날 시위가 폭력적이었던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정작 노무현 정부야말로 세계경제포럼 회의가 열리는 신라호텔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병력 1만 2천 명을 겹겹이 배치했다.
얼마나 경찰 경호가 심했던지 〈매일경제〉 6월 14일자에 따르면 ꡒ경찰 병력 1만여 명이 투입돼 과잉 경호를 펴는 바람에 행사 진행이 일부 차질을 빚었다.ꡓ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항의 시위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13일 저녁 8시에 신라호텔에서 연설하기로 돼 있던 노무현은 그 날 신라호텔로 오지 못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 참가자들을 다음 날 청와대로 불러야 했다. 시위대가 승리했다.

겹겹이

셋째, 서울 행동의 성격은 국제주의적이었다. 12개국에서 온 2백여 명 이상의 해외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전력 사유화에 맞서 싸우고 있는 타이 전력 노동조합원들, 반전과 반세계화 운동이 만나야 함을 강조한 ꡐ남반구초점ꡑ,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의 먹을거리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를 주장한 인도네시아 ꡐ비아 캄페시나ꡑ 활동가, 세계사회운동 네트워크 소속의 브라질 활동가, 한일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일본 활동가들….
이런 국제 연대는 내년에 있을 홍콩 WTO 각료회담 반대 투쟁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넷째, 다양한 급진 좌파들의 참가가 아주 두드러졌고 그들이 서울 행동을 주도했다.
이번 서울 행동은 2000년 아셈 반대 운동 때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었고 정치적이었다. 당시 금속연맹 노동자들이 반자본주의 팻말을 들고 행진했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작업장 문제를 주되게 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특히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ꡒ의료개방 반대ꡓ, ꡒ의료 공공성 쟁취ꡓ, ꡒ의료기관 영리법인화 반대ꡓ, ꡒ의료는 상품이 아니다ꡓ 같은 구호들을 외치며 행진했다.
1만여 명의 시위대들은 ꡒ세계는 상품이 아니다ꡓ, ꡒ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다ꡓ, ꡒ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한다ꡓ 같은 구호를 외쳤다.
ꡐ다함께ꡑ가 주도해 건설한 ꡐJ13참가단ꡑ의 활동도 눈부셨다. 〈아시아 타임스〉에 따르면 ꡒ아주 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위 참가자들은 ꡐ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세계경제포럼에 반대한다ꡑ고 외쳤으며 그들은 반전 배너와 ꡐ아시아는 상품이 아니다ꡑ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ꡓ
끝으로, 보건의료노동조합과 전빈련의 참가는 시위대의 규모가 늘어나는 데 결정적이었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의 참가는 파업 노동자들의 참가라는 점에서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 보건의료노조와 전빈련이 참가하는 데는 해당 단체 내 급진 좌파 활동가들의 집요한 개입이 크게 주효했다.
급진 좌파들이 개방적인 활동 방식을 지향하면서도 급진적인 주장으로 사람들을 행동에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운동에서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13일 반전․반세계화 투쟁은 한국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 줬다.
ꡐ남반구초점ꡑ의 니콜라 불라드가 말했듯이, ꡒ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결집해 침략 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강한 컨센서스를 유지하는 힘이 상실됨으로써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저항이 커지고 있다.ꡓ
세계경제포럼 반대 행동은 바로 그 전형을 보여 주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 항의 행동은 반신자유주의는 국민적 쟁점이 아니라며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옳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이 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라크 전쟁과 한국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고 김선일 씨를 죽음으로 내몬 노무현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6월 13일 행동의 교훈이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