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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노동자:
형편없는 운송료에 연장 수당도 못 받는 노동자들의 분노

자신의 생명줄인 번호판을 목에 걸고 거리에 나선 레미콘 노동자 11월 1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수도권 레미콘 노동자 정정운송료 쟁취를 위한 동맹휴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11월 14일부터 사흘간 ‘레미콘운송총연합회’ 소속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여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97곳의 차량 3천6백 대가 멈춰섰다.

2000년대 초반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패배를 거듭해 온 레미콘 노동자들이 다시금 투쟁의 기지개를 켠 것이다. 올봄 울산의 레미콘 노동자들이 73일간 파업을 벌여 승리했는데 수도권의 레미콘 노동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했다. 경제 위기로 물가가 치솟아도 8년 동안 운송료(임금)는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서 가져가는 돈은 한 달에 1백15만 원 남짓이다.

조기출근, 야간작업이 일상이고 24시간 대기하는 날도 많지만 연장근로수당은 전혀 받지 못한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와 밤 10시까지 일하느라 늘 아이들의 잠든 모습만 보는 안타까움에다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은 한숨을 더하게 한다.

‘탕떼기’

도급계약서는 이처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노예계약서다. 레미콘 회사들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2008년에 투쟁으로 법제화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거부하고, 여전히 도급계약서를 고수하고 있다.

도급계약서를 쓰면 운반횟수에 따라 운임을 지급하지만(‘탕떼기’), 임대차계약서를 쓰면 대기시간이 포함된 시간당 임대료를 지급해야 해서 건설사 이윤이 줄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도급계약서는 업무 중 일어난 모든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노동조합이나 상조회 결성도 금지하고 있다. 사측이 임의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구두 해고 통보도 할 수 있다.

파업 첫날 서울광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적정운송료 지급하라”, “연장수당 지급하라”, “도급계약서 폐지하라”는 요구를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한 노동자는 “형편없는 운송료도, 건설기계 27종 중에 우리만 유일하게 못 받는 시간외 수당도 도급계약서에 묶여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며 그동안의 비참한 삶에 울분을 토했다.

파업 이후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하며 대기 운송을 거부하고 8시간 준법운행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 노동자는 “준법운행에 동참하는 다른 회사 차량을 만나 서로 손을 마주 흔들 때, ‘우리는 하나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 온다”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남기기도 했다.

기쁘게도 콘크리트 펌프카[레미콘에서 콘크리트를 받아 타설하는 차량] 노동자들도 연대할 뜻을 밝혔다. 준법운행을 하지 않는 레미콘 회사 차량의 콘크리트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