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파시즘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은 어버이연합과 일베가 파시즘이라고 말한다. 물론 미래 한국에서 출현할 파시스트 운동은 이런 우익들 중 다수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재벌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구우익이거나(박근혜 정부), 기존 국가기구의 조종을 받는 사기 저하된 노인들의 관변단체(어버이연합)나 혐오스럽고 찌질한 말들만 배설물처럼 쏟아 내는 넷우익(일베)을 파시즘으로 보는 것은 부정확한 개념이다. 최일붕이 왜 그런지 설명한다.


파시스트들은 단순한 극우가 아니다. 단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것만도 아니다. 단순히 소수자와 좌파에 대한 사악한 폭력과 혹심한 탄압을 자행하는 권위주의자들인 것만도 아니다.

파시스트들은 협소하고 형식적인 자유민주주의조차 파괴하고, 노동조합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노동계급 조직을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들은 선거를 폐지하고 싶어 하고, 사회 대다수가 누려 온 자유를 전면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사회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활동한다. 히틀러는 아우슈비츠라는 대량 살인 공장을 지어 유대인 6백만 명을 도살했다.

파시즘은 중간계급 대중에 기반을 둔 독특한 정치 운동이다. 물론 소수 대자본가 개인들이 파시스트 정당을 지지해 자금을 제공하곤 했다. 또, 파시스트 운동이 노동계급의 후진적인 인자들을 일부 포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 노동계급 운동의 상당 부분을 포섭한 적은 없다.

파시즘의 주요 지지 기반은 언제나 중간계급이었다. 중간계급은 매우 모순된 계급 지위와 사상이 그 특징이다. 그들은 자본가 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에서 동요하며 심각한 위기 때 양쪽 모두를 비난하며 오락가락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효과들 때문에 삶이 망가지지만 그에 맞서 싸울 조직은 없는 각종 자영업자들(소기업주, 농민, 소상점 주인 등)과 조직되지 않은 관리직·전문직 종사자들(중간관리직 공무원, 많은 변호사와 의사 등)은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집단적 힘도, 대기업주들의 경제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들의 인생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대량 실업으로 망가질 수 있다. 그러면 이들은 대자본가를 원망하지만, 또한 노동자들도 원망한다. 특히 노동조합과 좌파를 증오한다. 민족주의와 국수주의에 더욱 끌린다. 이때 파시스트들이 이들의 절망을 표현하는 기치를 제공하고 이들의 분노를 돌릴 속죄양을 가리킨다면 대중적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

파시즘 운동은 중간계급의 이러한 매우 모순된 처지와 사상의 정치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권위주의 정권이 모두 파시즘인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도 파시즘은 아니다. 임지현 교수는 박정희의 ‘대중독재’론을 주창하지만, 박정희는 중간계급 대중 운동을 구축하지 않았다.(새마을운동은 국가가 통제한 관치 캠페인으로, 포퓰리즘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박정희는 데마고기(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정치적 허위 선전)로써 재벌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벌을 옹호했다. 좌파적 미사여구는커녕 일본 메이지 유신식의 이데올로기로 통치했다. 나치당의 정식 명칭이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이고, 아우슈비츠 정문에 걸린 표어가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인 것과 비교해 보라.

박정희는 또, 비록 어용이지만 한국노총이라는 노동조합 기구도 존속시켜야 했고, 국회의원 선거도 허용해야 했다.

대량 살인 공장

파시스트들이 중간계급 불행의 책임을 전가하는 대상이 꼭 유대인인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파시즘은 독일 파시즘(나치)과 달리 유대인을 속죄양 삼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날의 파시스트들은 대부분 무슬림을 증오한다.

그러나 모든 인종차별적 정당이 파시스트인 건 아니다. 미국 공화당은 유색인종과 무슬림을 천대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지만, 파시스트는 아니다. 공화당은 중간계급이 아니라 대자본가들에 기반을 두고 있고, 또 대중 운동도 아니다.

또한, 모든 민족주의 정치세력이 파시스트인 것도 아니다. 자유주의적 세계시민주의자들이나 일부 초좌파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난하는 좌파 민족주의자들을 파시스트로 매도하는데, 노동계급 정당이나 노동조합의 활동가들인 이들이 나치와 비슷한 성격의 세력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이슬람이 파시즘이라는 생각도 터무니없다. 이슬람주의(정치적 급진주의 이슬람)에 한정해 살펴보더라도 헤즈볼라나 하마스 등을 히틀러나 무솔리니에 빗대는 건 아무래도 우습다.


이 글은 필자가 2006년에 썼던 글을 현 상황에 비춰 조금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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