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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연대 파업 - “우리는 전체를 위해 싸울 것이다”

궤도연대 파업

“우리는 전체를 위해 싸울 것이다”

김태훈

도시철도와 서울·부산·인천·대구 지하철 등 궤도연대 소속 5개 노조는 7월 7일 69.7퍼센트의 찬성으로 파업 찬반 투표 결과가 나오자 7월 21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주5일제가 시행되고 이명박이 교통체계 개편과 요금인상을 한 7월 1일, 궤도연대 노동자들은 서울과 부산에 4천5백여 명이 모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오늘은 노동자들에게 기쁜 축제의 날이 돼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아스팔트 위에 설 수밖에 없다. 주5일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지금의 주5일제는 완전히 거꾸로다.”
1997년 이후 서울지하철은 단 한 번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 20대 노동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도리어 1999년에 1천6백여 명을 줄였고, 2003년 1월에는 운행을 한 시간 연장하면서도 단 한 명도 충원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원보다 1백71명이 부족한 상태다.
그런데도 공사측은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 “근무 형태를 효율적으로 바꾸면 인원 충원이 필요 없으며 오히려 더 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서울지하철 3천4백3명, 도시철도 2천69명의 인원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역무 노동자 장경태 씨는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적자규모, 수송원가, 평균운임 등의 ‘수치’들은 삶의 많은 진실들을 말해 주지 못한다. … 역무원들은 한 달에도 몇 번씩 ‘시차 적응’을 하느라 애를 먹는다. …
주간근무에 적응할 시점에 다시 야간근무로 바뀌는 교대근무는, 입사한 지 13년 넘어서는 나에게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 야근 후 퇴근한 날은 ‘비번’이라고 하는데, 이 시간은 ‘죽은 시간’이다. 전날의 노동의 피로가 하루 종일 따라붙는다. …
이렇게 비번인 하루 집에서 쉬어야 비로소 온전한 ‘나’를 회복할 수 있고, 그렇게 회복하고 난 후 야간에 출근하게 된다. 그런데 이 비번 제도마저 없애겠다는 것이 공사가 내놓은 근무제도 개선안이다.”

고통

도시철도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1995년에 개통해 2001년까지 5∼8호선으로 개통 구간을 계속 늘렸지만, 인원을 거의 충원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9년에 우파 노조 지도부가 1천7백여 명 정원 감축에 합의해 버렸다. 5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혼자 운전해야 하는 1인 승무제 때문에 도시철도 기관사 8백50명 중 1백15명이 정신과 정밀진단 대상자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의 13.5퍼센트가 “거의 매일 출입문 사고를 경험”하며, 운전하다 승객을 치는 ‘사상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16.4퍼센트에 이른다.
“이제 나이 설흔여덟, 누가 보아도 건강한 운동 매니아에 항상 밝았던 동료가 어느 날 초점 없는 눈으로 죽음을 얘기했다. 숨조차 쉴 수 없노라며…전동차 운전대에서 잠시 긴장을 늦추면 한 손으로 출입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는 자신이 두려워서 두 손을 꼭 맞잡고 운전대를 잡는다고 고백했다.”
“눈앞에서 사람이 떨어지고 결국 그 사람을 뻔히 보면서 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공황 상태에서 혼자 어두운 선로에서 손전등을 밝히며 기어 들어가 치인 사람을 찾고 선로 밖으로 꺼내고 시신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간 상태라면 나머지 일부를 찾아 조치를 하고 다시 교대 장소까지 혼자 운전을 하고 가야 한다.”

요금 인상

7월 1일 집회가 열리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근무중인 역무 노동자들은 바뀐 교통 체계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게 바로 이런 일이겠구나 오늘 느꼈다. 바뀐 요금 체계는 정말 외울 수가 없었고, 승객들은 요금이 너무 올랐다고 항의하고, 교통카드는 태반이 먹통이었다. …
“어제까지만 해도 7백 원이면 갔던 곳을 오늘은 1천2백 원에 … 표를 팔면서 몸이 오그라듦을 느꼈다.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간다면 나중에 우리가 인원 충원 가지고 파업할 때 시민들이 지지해 줄까? 더 강력하게 요금 인상 반대 투쟁을 해야 한다.”
교통 ‘개혁’이 대실패임이 드러나면서 이명박은 정기권 도입이라는 양보를 해야 했다.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라던 바로 그 입으로 “대중 교통은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것도 “미봉책”이라고 비판한다. “버스 환승이 안 되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요금 인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경기도 사람들은 전혀 혜택이 없다. 요금 인상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인원 충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요금 인상 반대”를 내건 궤도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사회 절대 다수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다. 궤도연대 노동자들이 이 점을 전면에 내걸고 공세적으로 싸운다면, 2002년 발전 파업 때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 서울지하철 노동자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1999년 파업 패배 후, ‘괜히 앞장 섰다가 우리만 당했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맞다. 우리는 전체를 위해 싸웠다. 왜 이것이 우리가 자신감 떨어질 이유인가? 자부심 가질 일이 아닌가? 이번에도 우리는 전체를 위해서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