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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마녀사냥이다

박근혜 정부와 우파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우익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비판하며 국익, 국격 등을 대의로 내세운다. 물론 ‘국익’은 지배자들이 흔히 온갖 결정을 대중에게 비밀로 부칠 때 내세우는 논리다.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친자본적·친제국주의적 결정들을 내린다.

대중은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자신의 삶과 관련한 중대한 결정에 참여는커녕 관련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한미FTA, 한일군사협정 그리고 최근의 조달협정 등 수많은 조약과 외교 협상들이 이렇듯 ‘밀실’에서 이뤄져 왔다.

이런 은밀하고 비민주적인 결정들의 대가는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이 치러 왔다.

박정희 정권은 한일회담으로 3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식민지배 배상청구권 문제, 재일동포 지위 문제, 문화재 반환 문제 등에서 저자세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일제에 의해 ‘위안부’로 동원돼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사과와 보상을 받을 기회를 날려 버렸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밀실에서 미국과 FTA 협상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 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이 때문에 대중은 불안해 하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됐고 물·가스·전기 등 공공재들은 사유재산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2007년 당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FTA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폭로하자 검찰은 문서 유출 혐의로 심상정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 정부의 관계도 온갖 추악한 뒷거래로 뒤덮여 있다. 그들은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노동계급 착취와 대중 억압 강화를 위해서는 비밀외교로 온갖 술수를 부려 왔다. 전두환, 노태우는 몰래 북한과 수차례 비밀 접촉을 했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당 신한국당(현 새누리당)은 북한 정부와 모의해 판문점 부근에서 북한 사병들이 남한을 향해 사격을 하는 ‘총풍’을 벌였다.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도 안기부는 “총풍”을 재연해 달라고 북한쪽 보안 기관원들에게 요청했다.

이런 사실들은 나중에야 밝혀졌는데 이런 과정에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도 대중은 알 길이 없다.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는 남과 북 모두에서 지배자들의 정략적 수단으로 흔히 이용될 수 있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지배자들이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을 배제하고 비밀스럽게 거래하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 비밀 외교가 지키는 것은 국익이 아니라 소수의 이익일 뿐이다.

비밀과 거짓말

그래서 러시아 혁명 성공 후 볼셰비키는 “러시아의 자본가, 지주, 대러시아 민족의 이익과 특권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해 온” 비밀조약의 “즉시 무조건 폐기”를 선언했다. 또, “모든 비밀외교를 폐지”하고 “지주, 자본가의 정부가 승인하거나 체결한 비밀조약들을 즉시 전면 공개”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런 점에서 진보진영의 일부가 대화록 공개를 비판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족의 이익을 해한 지극히 잘못된 행위”(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아주 나쁜 행위”(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라는 이유를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이 남북한 간의 비밀외교를 포함해 지배자들의 모든 비밀외교를 반대하긴 하지만, 새누리당의 대화록 공개에 침묵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새누리당은 철저히 마녀사냥 목적으로 대화록을 공개했다. 친노세력뿐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를 공격하는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왜곡과 부풀리기도 서슴지 않았다. 냉전 시절부터 북한과 비밀 접촉을 해 온 새누리당이 “알 권리”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역겨운 일이다.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진정한 “이익”은 노동자들 자신의 삶과 관련한 일들을 자유로이 토론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마녀사냥은 이런 민주주의의 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