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를 위해 국무총리, 통일부·보건복지부·문화관광부 장관을 바꾸는 개각을 하려던 노무현의 시도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벌써 대권을 놓고 싸우기 시작한 정동영과 김근태는 둘 다 통일부 장관 자리를 노렸고, 노무현이 자기와 ‘실용주의 코드'가 맞는 정동영의 손을 들어 주자 김근태는 불만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정동영 측은 한나라당 원작의 ‘김근태 친형 2명의 월북 이야기'를 써먹어 김근태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권력 투쟁을 위해 ‘실용주의'적으로 색깔론까지 이용한 것이다.

그나마 “큰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는 게 순리”라던 고건의 각료 임명 제청 거부로 노무현은 말에 올라타려다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우스운 꼴이 됐다. 이제 개각은 한 달 뒤로 연기될 판이다.

한나라당을 배신하고 노무현 쪽으로 날아온 김혁규를 총리로 앉히려는 게 이번 개각의 핵심이다. 김혁규는 한나라당에서 세 번이나 공천을 받을 정도로 ‘검증'된 “신자유주의 맹신자”(박종훈 경남도 교육위원)이다.

김혁규는 김영삼 아들 김현철의 사조직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기획실장이었고 1992년 대선 때 20억 원의 김현철 비자금을 관리했다. 경남도지사로 있을 때 김혁규가 추진한 사업들은 김영삼 생가 복원, 다국적 자본 투자 유치, 공무원노조 탄압 등이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영행정'을 내세운 김혁규는 1997년 ‘경제살리기'를 위해 ‘오염물질 배출업소 단속 1년 간 유예 방침'을 발표했다.

김혁규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10년 간 세제 혜택, 최고 50년 간 공장용지 무상임대 등을 내걸고 “국내외 자본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외국인 투자 지역으로 지정된 국내 3곳 중 1·2호가 모두 경남에 있을 정도”가 됐다.

김혁규는 2001년에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 필립 모리스 코리아 등 다국적 담배 회사들을 유치하고 수천억 원의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만 김혁규의 재산은 10억 원 가까이 증가한 반면, 경남도는 16개 자치권역 중 복지 수준이 13위에 머물렀다. 지금도 김혁규의 재산은 100억 원이 넘는다.

한나라당을 배신하고 온 김혁규 총리 카드가 한나라당을 “시험에 들게” 해서 ‘상생'을 해치겠지만 노무현은 경남 지역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김혁규 카드를 고집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김혁규는 5월 12일 창원에 가서 “보선에서 우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이 경남에] 엄청난 선물을 줄 것 … 정부 주요 요직에 경남인들이 대거 포진할 것”이라며 지역주의를 부추겼다.

‘CEO형' 신자유주의자 김혁규는 노무현이 집권 2기 신자유주의 ‘시장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내놓은 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