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교육부 대학 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이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대학을 절대평가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등급(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에 속한 대학은 강제로 정원을 줄이며, 특히 ‘매우 미흡’ 등급 대학들은 폐쇄하거나 평생교육기관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안이다. 

정부 재정 지원도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최우수 등급 대학에는 대학 특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정원 감축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반면 나머지 대학에는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을 하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제한하고 국가장학금(Ⅰ, Ⅱ 유형),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최우수’부터 ‘보통’ 등급까지 대학은 모든 재정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학자금 대출에서 제한을 받는다. 또, ‘매우 미흡’ 등급 대학은 국가장학금 지급 중단과 학자금 최소 대출 등의 조처를 받는다.

지금도 대학 서열화가 낳는 폐해가 심각한데 이런 등급 나누기는 대학의 서열을 더 고착화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격차, 소위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의 격차, 상위권 대학과 중하위권 대학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정부 재정 지원은 소수 상위 대학들에 집중돼 있다. 2009년 교과부가 대학 1백88곳에 지원한 금액을 보면, 총액의 48.9퍼센트가 상위 10개 대학에 지원됐다. 정부가 ‘최우수’ 대학으로 분류할 그룹은 재정이 비교적 탄탄하고 이름난 대학들로 이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안은 오히려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곳에 재정 지원을 끊어 대학 간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대학 진학률

이런 교육 불평등은 계급 불평등도 더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의 평가에 따라 ‘미흡’이나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을 대학은 노동계급 자녀의 비중이 상위권 대학보다 더 높은 대학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안은 노동계급 자녀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안은 부실 교육의 책임이 없는 학생과 교직원 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안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부실 교육의 책임이 없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교가 ‘미흡’, ‘매우 미흡’ 등급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질 낮은 대학에 다닌다고 낙인찍히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제한받으며, 자신이 다니던 대학이 없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퇴출되는 대학의 교직원들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처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부실 교육의 책임은 학생과 교직원이 아니라 대학에 재정 지원과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와 비싼 등록금을 받아 적립금 쌓기에 바빴던 사학 재단들에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대학 부실에 책임이 있는데도 사학법인에 특혜를 주려 한다. 정부는 법인 해산시 대학의 잔여 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려고 사학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라며 구조조정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교육은 누구나 누릴 권리이고 그런 점에서 대학진학률은 오히려 높을수록 좋다. 정부가 대학진학률을 문제 삼는 것은 경제 위기 시기에 교육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긴축을 강요하기 위함이다.

학령인구 감소?

정부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2017년부터는 대학 입학 정원보다 학령인구가 더 적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정원이 미달하는 사태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고,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정원 감소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다수 사립대학들에는 이것이 대학 운영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의 진정한 해결책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학 운영 능력이 없거나 부패한 대학은 폐쇄할 것이 아니라 재단을 퇴출하고 국립화해 정상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은 부유층과 기업들한테 세금을 걷어서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을 없애고 무상교육을 실현하려면 최대 14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상위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크게 늘어 4백77조 원가량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돈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고, 더구나 노동계급의 투쟁과 연계돼야 한다. 2006년 프랑스 대학생들이 노동유연화 악법인 CPE법(최초고용계약제도)을 패퇴시키기 위해 노동조합과 연대해 대중 투쟁을 벌였듯이 말이다. 대학생들만의 투쟁으로는 자본주의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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