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타결된 미국 및 5개 “강대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안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미국 의회 내 네타냐후 후원자들은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종결하려는 이 잠정적 합의를 저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은 세력 편제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신호이다.

이란 정권은 2003년 미국과 영국이 벌인 이라크 침공에서 가장 큰 수혜자였다.

이라크 침공으로 이란한테는 가장 위험한 적이었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다. 이라크 점령이 낳은 피 튀기고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살아남은 누리 알 말리키가 정부를 이끌게 됐다. 이제 이라크 정부를 지배하는 세력은 이라크 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로 바뀌었고, 이들은 이란 내 시아파와 매우 강력하게 연계돼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축이 강화됐다. 이 축은 이란이 이끌고 있고,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레바논의 강력한 시아파 운동인 헤즈볼라를 포괄한다. 이란의 지정학적·이념적 맞수이자 수니파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이런 사태 전개에 불안감을 느꼈다.

시리아 혁명의 비극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항쟁에 참여한 민중 사이의 투쟁이 점차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헤즈볼라 전사들은 아사드를 지원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들은 아사드에 반대하는 전사들, 그중에서도 영향력을 점차 넓히고 있는 알카에다나 수니파 지하드 세력에 돈을 대고 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전쟁까지도 할 수 있다던 오바마의 말은 십중팔구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군비 경쟁을 막을 수만 있다고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란이든 시리아든, 또 한차례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기를 원치 않는다. 미국 정보 분석 웹사이트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2000년대 내내 [미국은 — 캘리니코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직접 군대를 파견해 수니 급진파와 대적하려 애썼다.

“[그러나] 미국은 더는 이슬람 세계에 주요 병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이 이슬람 세계에 전념하는 동안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미국 군대를 걱정할 필요 없이 책략을 부릴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알카에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미국은 알카에다를 상대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 시리아가 본보기를 보여 줬다. 미국은 [시리아에] 급진 수니파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아서 알 아사드 정권에 확실히 반대하는 식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은 시리아 내 파벌들이 서로 균형을 이뤄 어떤 세력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기를 원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겪는 혼란을 이용해 러시아가 어떻게 득을 얻는지는 얼마 전 사건에서 볼 수 있었다. 11월 21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한테서 옛 소련 소속 국가들과 러시아가 결성하는 단일 시장에 들어오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고는 돌연 유럽연합과 하던 ‘EU 동부 파트너십’에서 이탈했다.

한편 수니파의 지하드 세력은 중동 전역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이라크와 레바논에서는 종파 간 폭탄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런 사태 전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도 냉각되고 있다. ‘셰일 혁명’ 덕분에 미국은 수입 에너지에 훨씬 덜 의존해도 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바마가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배신했다고 보며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어떤 평론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1972년에 있었던 닉슨과 마오쩌둥의 합의와 비견될 만한 전략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유명한 합의를 통해 중국은 소련에 맞서 미국과 제휴를 맺었다. 이런 분석은 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네바 핵 협상을 비난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재조정으로 시리아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덕에 미국은 중국이 제기하는 진정한 도전에 힘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제국주의 간 경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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