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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도 불법’이라는 정부에 맞서:
효과가 큰 투쟁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 철도 민영화 반대 운동은 정부의 파업 비난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우리 편의 정당성을 널리 알려 지지를 확대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선언과 미국 정부의 지지, 중국 정부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제국주의 간 긴장이 점증하는 상황은 우익 박근혜 정부가 ‘안보 위기’를 빌미로 국내 정치에서도 강경 정책을 강화하는 배경일 것이다. 박근혜는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도 공식 발표했다.

바로 며칠 전에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4자 회담을 하는 동안 박근혜는 보란듯이 자신의 뜻대로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 사정기관장들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정부를 물러서게 하려면 단호한 파업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의 효과를 반감시키려 한다. 철도노조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지키며 파업(‘필공 파업’)을 하면 8천6백42명이 정상 근무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정부는 6천 명이 넘는 대체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열차 운행이 완전히 정상화될 수는 없지만 파업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명백하다.

정부의 첫 대응이 ‘운행 정상화’에 맞춰져 있는 것이 보여 주듯, 파업에서 시설·설비·장비 중단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철도 파업은 전면화되기만 한다면 국가 기간산업을 마비시키는 것을 통해 정부를 크게 압박할 수 있다.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 역사에서도 2002년 전면파업이 아쉬움에도 이럭저럭 민영화를 저지한 경험이었다. 파업 돌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투사들도 이 점을 잘 안다. 그래서 지난 철도노조 확대쟁대위에서 많은 지부장들이 전면파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국의 열차를 멈춰 세워야 민영화 질주를 막을 수 있는데, 그러기에 필공 파업은 한계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정부의 불법 규정으로 이미 필공 파업으로부터 노조 지도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 전면파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예상대로, 우리 편이 법을 지켜 필공 파업을 벌여도 정부는 파업 참가자 전원을 불법 파업 참가자로 공격하려는 것이다.

‘합법성’이라는 명분보다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사용자(정부)에 맞서는 훨씬 효과적인 무기다. 정부의 ‘불법’ 비난에 맞서 우리 편의 ‘합법’을 입증받으려 애쓰는 것은 오히려 부질없다.

전교조 교사들도 악법을 따르라는 정부의 강요를 법외노조화를 감수하고 거부해, 고립은커녕 오히려 사회적 연대와 지지를 확대하는 효과를 냈다.

지금 더 담대한 이런 전술 변화를 결정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는 필공 파업이라 할지라도 강력하게 탄압할 것이고, 오래 끌지 않으려 초기에 공격을 집중해 퍼부을 것이다. 정부도 2009년 철도 파업의 경험에서 필공 파업도 5일이 넘어가면 파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편도 파업 초기부터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소 열린 전망

설사 조합 집행부가 지금 당장 전면파업에 돌입하지 못하고 일단 필공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투사들은 전면파업 주장을 접어야 한다고 체념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무리수를 둔다든가 하는 따위의 이유로 전면파업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다소 열린 전망을 갖고 투쟁에 임해야 한다.

가령 1996년 12월 26일, 새누리당의 전신인 당시 집권당 신한국당은 새벽에 소속 국회의원들만을 의사당에 소집해 노동법·안기부법 개정안(개악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의회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킨 여당의 이런 무리수는 당시 야당과 민주노총 지도자들을 격분케 했고, 조합원들을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물론 여러 조건들이 변해 지금 박근혜 정부가 무리수를 둔다 해도 철도 민영화 문제로 민주노총 전체가 파업에 나서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철도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나선다면 노동운동의 나머지 부분도 큰 자신감과 함께 연대 행동들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투사들은 현 상황에 체념하지 말고 전면파업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며, 집행부의 의지 부족에 좌절하지 말고 기회가 오면 독자적으로라도 싸울 각오를 다져야 한다. 필공 파업에 돌입하면서도 조합원들에게 전면파업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그들을 준비시키고, 사태 변화에 따라 전면파업으로 확대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노조가 강력한 전면파업을 감행하면, 민주당과 같은 친시장경제 세력의 지지는 이탈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강력한 투쟁의 구심을 형성하면 노동운동의 나머지 부분과 사회적으로 더 큰 연대를 형성할 능력은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우리 편의 힘을 키우는 편이 민주당처럼 한결같지 못한 자유주의 야당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 자신의 손발을 묶는 것보다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다.

파업 효과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노조가 산개 전술을 채택한 것도 덜 효과적이다.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이 전국에 소규모로 흩어져 피해 있는 것보다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집단 행동을 벌이는 것이 훨씬 좋다. 전국적으로 교통의 요지가 되는 역들과 핵심 차량기지를 점거해 열차 운행을 마비시키는 행동을 결합한다면 파업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특히, 이것이 대체 인력 투입 효과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기업 활동과 노동력 이동을 마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어렵더라도 이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때 강경 우익 정부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